[교회법과 신앙생활] (1) 교회법은 무엇입니까?
‘인간 구원’ 목적으로 교회에 세워진 규율 -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의 뜻대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법과는 다른, 교회만의 규정과 규율을 필요로 한다. 사진은 미사를 봉헌하는 교회 공동체.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우리말에서 “법대로 하자!”, “법대로 해봅시다!”라는 말은 “옳고 그름을 법으로 판단하자”라는 것이 아니라 “싸우자!”라는 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은 법률이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일 것입니다. 예로부터 동서를 막론하고 법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통치 행위를 위해서나, 혹은 상류층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도구로 악용된 사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시민 혁명으로 국민이 구성한 의회를 통해서 법을 제정한 역사가 법에 대한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로 이어지는 역사를 겪었기에 일반 국민들이 법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기가 어려운 역사가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우리 국민은, 법은 국민이 아닌 높으신 분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에도 고위 공직자들이 큰 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사법부에서 드러나는 소위 ‘적폐’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법이 국민 모두에게 공정하고 공평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받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우리 국민의 법인식이 부정적이다 보니, 교회에 법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놀라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사랑을 가르치는 성당에서 법이라니요?”,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셨는데요, 교회법이 있어요?”라고 질문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배구 경기를 할 때에는 배구 경기 규칙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농구 시합 중에는 농구 규칙대로 경기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배구를 하면서 농구 경기 규칙을 적용한다면, 배구도 농구도 아닌 난장판이 되고 맙니다. 같은 이치로 그리스도인으로 가톨릭교회 안에서 살아가는데, 세상의 법으로 교회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 공동체를 위해서는 교회의 가르침들, 교회의 규정들을 지키고 준수해야 그리스도인 공동체, 즉 교회가 하느님의 뜻대로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교회의 규정과 규율이라고 하는 교회법은 교회가 완전히 자율적으로 만든 법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당신의 진리를 인간에게 전해 주셨고(히브 1,1 참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하느님께서는 교회의 최고 입법권자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 역사에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개입하시는데, 신앙의 선조들과 예언자들을 통해서 개입하셨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개입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 구원 계획의 완성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하느님의 실정법’은 이러한 방식으로 계시되었습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됐기 때문에 하느님의 지혜에 참여해 자신의 마음에 새겨진 자연법을 인지할 수 있으며, 그것으로 하느님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하느님의 계시를 알려주는 교회의 활동을 통해서 ‘하느님의 실정법’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실정법과 자연법의 기초 위에, 교회의 법들을 제정하며 사람들을 구원의 여정으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법은 필수적으로 하느님의 실정법과 자연법을 포함하고 있으며, 교회가 제정하는 규범들은 모두 하느님의 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그 의미와 효력을 지니게 됩니다. 교회법은 인간 공동체들의 법적 경험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시간 속에 살아가고, 영원한 가치들(하느님의 법, 자연법, 인간에 대한 존엄성 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시간을 넘어섭니다. 그래서 교회는 초대 교회 때부터 교회 내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회 밖의 어떤 권력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교회는 부활하신 주님의 권한으로 통치되는데, 이것은 이 세상에서 주님을 대신하는 이들을 통해 교회의 통치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대리자들은 자신들이 부활하신 예수님께 그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교회의 권위자들이 한 결정은 주님의 힘으로 제정된 것이며,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해당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교회 공동체가 내린 결정들은 성경과 나란히 있으며 그리스도 공동체의 규범이 되었습니다. 교회법은 하느님께서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인간에게 전해 주신 진리를 바탕으로, 그리스도의 대리자들이 교회 공동체를 위해 만든 규율이요, 법입니다. 교회의 최고 입법권자이신 하느님께서 교회 공동체에 바라시는 것은 복음을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인간 영혼을 구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법은 ‘영혼의 구원’을 교회 최상의 법(교회법 제1752조 참조)이라고 하는, 즉 인간 영혼을 구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하느님의 뜻에 따른 교회 공동체의 법입니다. * 박희중 신부(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1996년 7월 사제품을 받았다. 1999년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9년 4월 7일, 박희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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