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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법과 신앙생활8: 성직자의 입적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7-14 조회수2,898 추천수0

[교회법과 신앙생활] (8) 성직자의 입적


현 소속지 제적과 미래 소속지 입적 동시 이뤄져야

 

 

교구 사제가 수도 사제로 혹은 수도 사제가 교구 사제로 자신의 소속을 변경할 수 있는지요?

 

교회는 초세기부터 직책이 없는 성직자의 서품을 금지했고, 성직자는 반드시 특정한 교회의 봉사를 위해서만 서품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평신도가 부제품을 받음으로써 성직자가 되고, 성직자로서 봉사하기 위하여 특정 교구에 입적됩니다.

 

성직자라면 누구든지 교구나 수도회, 특별한 권한을 가지는 단체에 등록되어야 합니다. 즉 무소속 성직자나 떠돌이 성직자들은 결코 용인되지 않습니다.(교회법 제265조 참조)

 

성직자는 하느님의 백성을 위한 공적인 봉사자입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필요성이나 유용성을 위해서 서품된 존재입니다.(교회법 제1025조 2항 참조) 그런데 성직자들이 자기 마음대로 떠돌아다니도록 허용된다면, 신자들의 영적 필요를 적절하게 배려할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직자들이 자기 자신의 세속적인 목적이나 욕망 때문에 가난한 지역을 떠나 부유한 지역으로 집중되는 좋지 못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교회는 성직자들이 종신적으로 어느 교구나 수도회에 입적하여 봉사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구 성직자는 특정 교구에 등록되어 교구장에게 종속하여 봉사하며, 수도회 성직자는 특정 수도회에 등록되어 수도회 장상에게 종속하여 봉사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교회법적 행위를 입적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제적은 교구 성직자가 입적하였던 교구를 영구히 또는 완전히 탈퇴하는 것, 수도회 성직자가 입적하였던 수도회를 영구히 또는 완전히 탈퇴하는 교회법적 행위를 지칭합니다.

 

서울 순교성지 새남터기념성당에서 거행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사제서품식.

 

 

교구 성직자가 자신이 현재 소속돼 교구에서 다른 교구로 옮기기를 희망하면, 현재의 소속 교구장에게 제적서를 받고 미래의 소속 교구장에게 입적서를 받음으로써 이적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현재의 소속 교구에서의 제적과 미래의 소속 교구에서의 입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교회법 제267조 참조) 혹은 한 성직자가 다른 교구에서 적법하게 5년 거주한 후, 이적을 희망하는 경우에 현재의 소속 교구장에게는 제적을 미래의 소속 교구장에게는 입적을 희망하는 청원을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청원서 제출 후 4개월이 지나도록 양쪽 교구장의 회답이 없는 경우, 법적으로 이적이 진행됩니다.(교회법 제268조 1항 참조)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교구 성직자는 현재의 교구에서 다른 교구로 이적이 가능하게 됩니다. 

 

교구가 분할되어 새 교구가 설정되는 경우에도 제적과 입적의 형식이 취해집니다. 흔히 새로운 교구 신설 당시 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는 성직자들이 새로운 교구 소속으로 성직자가 되는데, 두 교구장들이 해당되는 성직자들과 의논한 후 그들의 소속교구 문제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수도회 소속 성직자가 교구 소속 성직자로 옮기기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자신을 교구에 입적시키거나 적어도 시험 삼아 받아 줄 교구장을 찾기 전에는 수도회를 떠날 것이 허가되지 않습니다. 시험 삼아 받아 주었고, 그리고 5년이 경과하게 되면 법 자체로 그 교구에 입적하게 됩니다. 그런데 교구장이 거절하게 되면 입적이 진행될 수 없게 됩니다.(교회법 제693조 참조)

 

교구 성직자가 수도회로 옮기기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수련기나 유기 서원 기간에도 여전히 교구 소속 성직자의 신분으로서 수도회에 입회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교구 성직자가 수도회에 입회하여 종신 서원을 하면 이적이 이루어지게 되고, 교구 소속 성직자에서 수도회 소속 성직자로 소속이 변경됩니다.(교회법 제268조 2항 참조)

 

성직자들이 성품성사에서 받은 영적 은총은 한정되고 제한된 어떤 사명이 아니라 ‘땅 끝까지’(사도 1,8) 광대하고 보편적인 구원 사명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사명에 모든 성직자들은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직자들이 참여하는 그리스도의 사제직은 필연적으로 모든 민족과 모든 시대를 향하고 있으며, 결코 어떠한 민족이나 국가나 사회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사제들은 모든 교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합니다. 따라서 성소가 풍부한 교구의 사제들은 소속 교구장의 허락이나 권유로 사제 부족을 겪고 있는 지방이나 선교지에서 사목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또 기꺼이 나설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교구장은 자기 교구에 진정으로 필요한 경우 외에는, 성직자의 극심한 부족으로 고생하는 지방들에 가서 거룩한 직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고 또 적임자로 평가되는 성직자들의 이주 허가를 거부하지 말아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교구 사제가 다른 교구나 수도회로 이적을 하는 것과 혹은 수도회 사제가 교구 사제로 이적을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이적에는 항상 전 소속지에서 제적과 그리고 미래의 소속에서의 입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톨릭신문, 2019년 7월 14일, 박희중 신부(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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