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은총] 신부님, 빨리 오셔서 종부성사 주세요 Q. 가끔 이런 전화를 받습니다. “신부님, 저희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려고 해요. 빨리 오셔서 종부성사 주세요.” 그러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혹 어머니께서, 고해성사와 영성체 하실 수 있으신지요?” A. 병자성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시고 야고보 사도에 의하여 반포된 성사입니다. “여러분 가운데에 앓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부르십시오. 원로들은 그를 위하여 기도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십시오. 그러면 믿음의 기도가 그 아픈 사람을 구원하고, 주님께서는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죄를 지었으면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야고 5,14-15) 병자성사는 죽음의 위험이 임박한 이들만을 위한 성사가 아닙니다. 어떤 신자가 질병이나 노환으로 죽을 위험에 처한다면 이 성사를 받기에 합당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과거에는 병자성사를 마지막 도유의 성사라는 의미로 종부성사라고 불렀습니다. 종부성사라는 의미는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맡기신 다른 성사, 즉 세례와 견진 그리고 성품 때의 도유 다음에 받는 마지막 도유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중세 이후로 종부성사를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받는 도유의 성사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병자를 간호하는 이들이 사제를 부르는 시기를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다가 병자가 혼수상태에 빠져 고해성사를 보지 못하고 성체를 모시지 못하거나, 병자가 사망하여 병자성사의 은총을 못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였습니다. 아직도 과거의 관습으로 종부성사라고 부르는 신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성사의 명칭을 병자성사라고 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병자성사는 병이나 노환으로 위험해지기 시작한 신자에게 집전될 수 있고, 병자가 회복되었다가 다시 중병에 빠지거나 혹은 같은 병이 지속되다가 더욱 위독해지면 이 성사를 다시 줄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1004조 참조). 즉 질병이나 노환으로 인하여 위중하게 앓고 있는 신자들, 위험한 병 때문에 외과 수술을 받아야 할 때마다 수술을 앞둔 병자들, 노환으로 말미암아 기력이 많이 쇠진해지는 노인들에게는 병세의 위험성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병자성사를 수여할 수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병자성사와 함께 집전할 수 있다면, 병자성사 전에 고해성사를 집전해야 합니다. 고해성사로 병자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음으로, 은총의 상태에서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고, 성체를 모실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병자성사를 마지막까지 늦추다가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급박한 순간에 신청하는 경우들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도 본당에서 병자성사를 위해서 방문을 하였지만, 이미 환자가 의식이 없어서 고해성사로 죄의 용서를 받을 수 없게 되고 마지막 영성체를 모시게 할 수 없는 경우들을 직면하게 되며, 이 경우에는 단순히 병자성사만 수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병자성사 예식을 살펴보면 단순히 임종을 잘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측면보다는 ‘병자에게 필요한 은총을 주님께 청하는 기도’가 강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병자성사에서 ‘기름을 바르는 예식’을 거행하며 바치는 기도문은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 거룩한 예식으로 성령의 은총을 베푸시어 이 병자를 도와주소서. 또한 이 병자를 죄에서 해방시키시고 구원해 주시며 자비로이 그 병고도 가볍게 해 주소서.” 그러므로 병자를 간호하고 있는 신자는 병자가 의식이 있는 시기에 병자성사를 청해서 고해성사를 하고 병자성사를 받도록 하며 그리고 생명이 위급한 병자가 받는 지상 순례 길의 마지막 성체인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기 위한 ‘노자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올바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2019년 7월 14일 연중 제15주일 인천주보 4면, 박희중 안드레아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