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55) 천주교 신자는 천주교 신자와만 혼인해야 하나요? 교회법은 영세자들 사이의 혼인은 성사의 품위를 누리고 있으며 영세자들 사이에서는 그 자체로 성사가 아닌 유효한 혼인 계약은 있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교회법 제1055조).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과도 혼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사로서의 세례를 받은 신자들 사이에서 교회법적 형식을 지키는 혼인만이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시고 교회에 맡긴 ‘은총의 표징(表徵)’들로 실제적인 은총을 낳게 하는 성사의 품위를 누립니다. 이러한 혼인만을 ‘성사혼인’이라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가 천주교 신자가 아닌 다른 그리스도교 종파나 타 종교 그리고 종교가 없는 이들과 혼인할 경우에는 혼인성사 없이 혼인을 하는 것에 대해 관면을 받고 혼인을 해야 합니다. 곧 혼인성사를 관면 받은(혼인 성사 없는) 혼인이기 때문에 관면혼인이라 하며 엄연히 ‘성사’가 아닙니다. 그러나 관면혼인을 하게 되어도 성사혼인과 마찬가지로 교회법적 형식에 따른 혼인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보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배우자 측이 신자인 배우자의 신앙생활에 대한 보장과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자녀를 낳아서 기를 것과 또한 그 자녀를 가톨릭 신앙으로 키우겠다는 동의하에 혼인이 허락됩니다. 관면혼인을 준비하는 신자가 아닌 배우자들은 보통 다른 조건에는 모두 동의하겠지만 왜 저희 아이에게 천주교 세례를 받게 하고 천주교 신앙으로 키우겠다는 약속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생활 속의 교회법 30호 ‘저는 모태 신앙이지만 제 아이에게는 종교의 자유를 주고 싶어요’ 부분을 참조하시고 바랍니다. 이렇듯 천주교 신자는 천주교 신자와 혼인할 때, 반드시 교회에서 교회법적 절차에 따라 혼인성사를 거행해야 하며,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과 혼인할 때는 신자와 혼인하는 성사에 대한 관면을 받고 역시 마찬가지로 교회에서 교회법적 절차에 따라 혼인해야 합니다. 만약 신자와 혼인하든 신자가 아닌 사람과 혼인하든 교회에서 교회법적 절차에 따라 성사혼인이나 관면혼인을 하지 않고 신자임에도 사회혼만 치르고 함께 살게 되면, 교회법상의 유효한 혼인 없이 서로 동거하는 것이 되어 십계명의 6계명에 해당하는 죄 중에 항구히 머물게 되기 때문에 성사적 은총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만약 혼인할 당시에 혼인의 양 당사자, 혹은 한 사람이 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성당에서 교회법적 형식에 따라 혼인하지 않고 사회혼만 하여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면 본당 주임신부님께 신청하여 세례증명서와 혼인관계 증명서(상세)를 준비하고 교회법적 형식에 따라 혼인문서를 꾸미고 두 사람이 사제 앞에서 혼인합의를 하는 ‘단순 유효화혼’을 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다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자인 배우자는 신앙생활을 하고 싶지만, 신자가 아닌 배우자가 성당에 나와 사제 앞에서 혼인합의를 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완강히 거부할 경우에는 본당 신부님을 통해 간단한 서류를 꾸미고 교구장 주교님께 ‘근본유효화혼’을 청하면 신자가 아닌 배우자가 성당에 나와서 사제 앞에서 혼인합의를 하지 않아도 무효였던 예전 사회혼의 합의를 주교님께서 은전으로 유효화시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교회는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끼리 하는 ‘사회혼인’도 교회법적으로 유효한 혼인으로 인정합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천주교회에 와서 혼인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던 사람들이 서로 사회혼인을 하고 살다가 그 중에 한 사람만 세례를 받거나(외짝교우) 두 삶 모두 세례를 받아 신자가 된다고 하여도 세례 이전의 사회혼인이 교회법적으로 유효한 혼인이기 때문에 따라 교회법적 형식에 따라 혼인합의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혼인 전에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교회에 혼인문서가 있고, 사회혼인을 한 후에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교회에 혼인문서가 없습니다. [2019년 7월 28일 연중 제17주일 제주주보 3면, 사법 대리 황태종(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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