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56) 부모님 권유로 성당에서 혼인을 하기는 하는데요, 저희가 얼마나 바쁜데 혼인교리까지 받게 하시나요?! 일반적으로 정신없이 대학입시를 준비한 후 대학에서 치열하게 취업준비를 하여 어렵사리 직장을 구하고 인연을 만나 혼인을 준비할 즈음에는 이미 신앙생활로부터 멀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의 ‘조심스런’ 청으로 성당에서 혼인식을 하는 것에는 동의를 하였지만, 성당에서 혼인을 하려면 혼인교육까지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갑자기 화가 납니다. “왜 혼인하는데 교육까지 받아야 하나요? 혼수 준비와 웨딩촬영 등 그렇지 않아도 시간은 없고 신경 써야 할 것은 많아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따로 시간을 내서 혼인교육까지 받게 해야 합니까!!!” 하고 불평을 합니다. 더구나 천주교 신자와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이 혼인을 하는 관면혼인의 경우, 신자가 아닌 배우자에게 성당에서 혼인하는 것을 허락받는 것도 무척 조심스러웠고 결코 쉽지 않았는데, 어떻게 성당에서 혼인교육까지 받아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불평을 합니다. 더구나 제주교구의 경우 교회혼을 위한 혼인교육을 받으려면 정식으로는 혼인교육을 위해 전문적으로 양성된 혼인멘토 부부와 함께 혼인교육을 위해 마련된 「따로 또 같이」라는 혼인 교재를 통해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 소요되는 9회기에 걸친 혼인멘토링을 받아야 합니다. 만일 멘토링이 어렵다면 매달 첫째 주 토요일과 주일 이틀 동안 16시간 혼인주말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도 힘들다면 교구청에 나와서 혼인교육 영상을 모두 보아야 합니다. 이도저도 어려운 경우 제주교구 혼인교육 대신 비행기를 타고 육지에 가서 한나절 교육하는 타 교구 혼인교육을 받고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식 혼인멘토링이 아닌 혼인주말이나 혼인영상교육 혹은 타 교구 혼인교육을 받은 경우 적어도 3회기 혼인멘토를 만나 가장 기본적인 혼인교리 내용을 전달받고 조언도 듣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혼인멘토들에게 물어보면 처음에는 혼인멘토링에 대해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혼인주말 교육을 할라치면 처음에는 여간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정말 억지로 끌려 나온 표정들입니다. 하지만 혼인교육을 진행하면서 점차 예비부부들의 얼굴이 진지해집니다. 실제로 혼인을 준비하면서 ‘혼수’, ‘신혼여행’, ‘신혼집’ 등에는 많은 관심을 쏟았지만 정작 ‘혼인의 본질과 특성’, ‘혼인을 이루는 사랑의 의미’, ‘혼인서약이 담고 있는 조건들’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혼인멘토링을 마치면서는 멘토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또한 혼인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갑니다. 또한 혼인주말 교육을 마치면서는 대부분 정말 꼭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천주교 안에서 혼인은 사제성소나 수도성소와 같은 존엄성을 지닌 ‘혼인성소’입니다. 사제가 사제로 살기 위해 그리고 수도자가 수도자로 살기 위해 일반적으로 약 10년의 양성과정 곧 교육과정을 밟게 됩니다. 그런데 예비부부가 부부로서 혼인성소의 의미를 분명히 알고 혼인의 본성과 본질에 맞게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사제성소와 수도성소와 같이 10여년의 시간의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혼인성소를 살아가기 위해 혼인멘토를 9번 만나서 멘토링 교육을 받거나 아니면 단지 이틀 집중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이없고 부당한 요구일까요? 보통은 더 좋은 교육의 기회가 있다고 하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인류지대사이고 자신들의 운명과 자녀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혼인’에서만큼은 되도록 교육을 짧고 간단하게 끝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보험계약을 하거나 자동차를 렌트할 때도 계약의 조건을 이해했으며 어떤 구속력이 있고 어떤 책임을 지고 보상을 받게 되는지 하나하나 설명을 듣고 각 조건에 서명을 해야 계약이 유효합니다. 그런데 혼인은 인생을 결정짓는 계약이며 하느님 앞에서의 서약입니다. 당연히 교회법은 계약과 서약을 함에 있어서 혼인을 맺을 자격이 있는지, 혼인 서약을 하는 온전한 이성과 혼인 서약의 본질과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동의를 하고 있는지, 혼인이 어떤 의무와 책임을 지우는지 분명하게 교육하고 혼인 문서의 질문에 대답하고 서명하게 되는 합의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교육을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에 혼인 합의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의 노력이 그렇게 시대에 맞지 않고 데이트하거나 여가 시간을 보내기에 바쁜 젊은이들의 실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불필요한 멍에처럼 느껴지시나요? [2019년 8월 4일 연중 제18주일 제주주보 3면, 사법 대리 황태종(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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