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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법과 신앙생활20: 화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05 조회수3,036 추천수0

[교회법과 신앙생활] (20) 화장


시대에 따른 인식 변화와 매장의 어려움 때문

 

 

* 예전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화장을 할 수 없었는데, 현재는 화장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화장을 허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누군가가 사망을 하였을 때, 그 시신을 장례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시신을 땅속에 묻는 방식인 매장(埋葬)이 있고, 시신을 한적한 지상에 두는 방식인 풍장(風葬)이 있습니다. 시신을 석관(石棺)에 넣어 지상에 두는 방식도 있고, 시신을 바다에 빠트리는 수장(水葬)의 방식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신을 소각하는 방식을 화장(火葬)이라고 합니다. 장례 문화는 지역과 민족과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시신을 장례하는 방식은 반드시 존재하였습니다.

 

종교별로 장례에 대한 방식은 불교와 힌두교의 경우에는 화장이 일반화되었고, 유교의 경우에는 사람의 신체는 부모가 물려준 자신이니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지니고 있기에 매장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이슬람교도 화장을 반대하고 매장을 채택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초대교회에서부터 부활 신앙에 입각하여 죽음을 잠으로 보았고 육신의 부활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화장은 지옥 불을 연상시키기에 거부감을 가졌고, 하느님께서 사람을 흙으로 빚어 만들었으므로 마땅히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부활 신앙에 입각한 신자들의 풍속과 고인에 대한 자연적 존경심을 바탕으로 매장을 교회의 관행으로 오랫동안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1789년) 이후 근대에 이르러 가톨릭교회를 반대하는 이유로 매장된 시체를 파내어 화장하는 범죄가 발생하였습니다. 19세기에 유물론을 주장하며 교회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이들이 경제적이고 위생적 이유를 앞세워 화장을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은 장례와 죽음과 매장의 신성한 의미를 속되게 하며 부활과 영생에 대한 신앙적 의미를 부정하기 위하여 교회의 전통적인 매장을 반대하고 화장을 주장하였습니다.

 

1917년 교회법 제1240~1241조에서는 교회 묘지에 매장이 거부된 자는 장례미사도 포함된 모든 연미사 및 기타 공적인 장례도 거부되도록 명시했습니다. 시신을 화장한 사람에 대한 장례미사와 연미사와 다른 공식적인 장례를 포함하는 교회 장례를 배제하였고, 위령기도가 포함된 미사의 공개적 거행도 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화장을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망자의 시신을 화장하는 경우에는 공개적으로 미사를 거행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사를 거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습니다.

 

현행 교회법 제1176조 3항은 “교회는 죽은 이들의 몸을 땅에 묻는 경건한 관습을 보존하기를 간곡히 권장한다. 그러나 화장을 금지하지 아니한다. 다만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반대하는 이유들 때문에 선택하였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반대하는 이유로 화장을 선택하였고, 죽기 전에 어떤 참회의 표시가 없었다면 교회의 장례식이 박탈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합법적인 이유로 시신의 화장을 선택한 경우에 교회는 화장을 금지하지도 단죄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교의 오래된 전통에 따라서 죽은 이의 육신을 묘지나 다른 거룩한 장소에 매장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매장은 육신의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표현하는 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화장에 대한 인식은 다른 국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매장에 따르는 어려움이 크게 증가하였고, 국가에 따라 매장 제도에 대한 법적인 제약도 화장으로 장례식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화장이 증가하면서 2016년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Ad resurgendum cum Christo)를 통해 화장한 유골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발표하였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시신을 매장하는 관습을 선호하고 있음을 밝히고, 합법적인 이유로 시신의 화장을 선택한 경우, 사망한 신자의 유골은 거룩한 장소, 곧 묘지나 납골당 등에 보존하도록 하였습니다. 따라서 유골을 거주지에 보관하거나, 뿌리거나, 기념물 등에 넣어 보관하는 방식은 금지합니다. 사회적, 경제적, 위생상의 이유로 화장을 하는 경우라도 유골함을 성당이나 묘지가 아닌 자신의 집에 두거나, 강, 바다, 산 등에 뿌리는 산골 행위, 고인의 유골을 가공하여 목걸이 등 액세서리로 만드는 행위 등은 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난 신자들을 묘지에 매장하거나, 화장하여 묘지에 매장하거나 다른 거룩한 장소에 보관해 가족들과 그리스도교 공동체 전체는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고 이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육신을 새로운 생명으로 되살리기를 바라는 부활 신앙을 간직해야합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1월 5일, 박희중 신부(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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