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교회법 전례 Q&A] 가톨릭교회는 민주주의 체제인가요? 사회주의 체제인가요?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민주주의 정신과 제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정신,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기본권, 국가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선거권, 종교의 자유권 등은 민주주의 제도가 지닌 모습입니다. 가톨릭교회에는 이런 민주주의 제도와 비슷한 면이 많지만 사실 그 출발점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그 기본권은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하느님이 중심이고 하느님 덕분에 우리 모두가 존엄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됩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이기에 그 존엄성을 지니며, 특히 신자들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결합하여 새로워지고 그들 모두가 평등해집니다.(교회법 제208조 참조) 또한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자유를 철저하게 존중하는 하느님의 통치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884항) 물론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 독재나, 혁명의 수단으로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주의 제도 역시 거부합니다. 사실 교회는 통치체제와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사회의 어떤 이념이나 정치제도를 추구한다고 선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자유를 존중하고 각 창조물의 본성에 따라 능력을 맡기신 하느님의 방식을 교회는 본받으려 노력합니다. 이러한 통치 방식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보조성(subsidiaietas)’의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사회의 상부구조가 그 하부구조인 공동체나 개인을 간섭하고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축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공생’ 혹은 ‘상호관계’를 맺는 통치형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 교황님만이 행사할 수 있는 예외적 특별권한을 교황청 부서장 또는 사무처장에게 부여함으로써 교회의 공익을 위한 공권력 분배, 일명 ‘건전한 권력 분산’을 도모한다는 취지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이는 각 교구에도 해당하는데, 상급자 위주의 사목이 아닌 모든 구성이 함께 참여, 함께 책임지는 공동책임의 정신을 추구합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공동합의성(sinodalitas)’ 역시 이러한 원칙의 산물입니다. 교회가 성직자 중심이 아닌 평신도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는 ‘듣는 교회’로 거듭나야 하는 시대의 징표인 것입니다. [2020년 1월 26일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해외 원조 주일) 수원주보 3면, 김의태 베네딕토 신부(교구 제1심 법원 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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