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과 신앙생활] (23) 대재(大齋)와 소재(小齋)
수난에 동참하고 보속하는 정신으로 지켜야 * 과거에 금요일에 고기를 먹는 것은 소재(小齋)라고 하였고, 단식을 하는 것을 대재(大齋)라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금요일에 고기를 먹지 않는 금육과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에 단식하지 않는 것이 여전히 중대한 죄에 해당하나요? 「가톨릭 교회 교리서」 2041항에서는 “교회의 법규는 전례 생활과 연결되고 또 전례 생활로 자라나는 윤리 생활과 그 맥을 같이한다. 교회의 목자들이 제정한 이 실정법의 의무들은 신자들에게 기도 정신과 윤리적 책임,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선을 제시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는 하느님께서는 주신 계명들과 복음적인 권고를 제시하며 교회의 규정들에 대해서 언급하였습니다. 그런데 「가톨릭 교회 교리서」 는 과거 가르침과 관련하여 몇 가지 변화를 나타냅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뜨이는 변화는 참회의 날에 대한 것으로 금요일만을 언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다섯 개의 법규를 모두 살펴보아야 합니다. 첫째 법규는 주일과 의무 축일에는 미사에 참여하고, 육체노동을 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을 비롯하여, 주님과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성인들의 신비를 공경하는 주요 전례 축일들을 거룩하게 지내도록 신자들에게 요구합니다. 신자들은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함께 모여 거행하는 성찬례에 참여하여야 하고, 이날의 성화를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일과 노동을 삼가고 쉬어야 합니다. 둘째 법규는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은 자기의 죄를 고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개와 용서라는 세례의 작용을 지속시키는 고해성사를 받음으로써 성체를 모실 준비를 확실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셋째 법규는 적어도 한 번 부활 시기에 성체를 받아 모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전례의 기원이며 중심인 부활 축제들과 연결시켜,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최소한의 규정이라도 준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째 법규는 교회가 정한 날에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례 축일에 맞갖게 우리를 준비시키고 본능의 자제와 마음의 자유를 얻도록 돕는 참회와 고행의 시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다섯째 법규는 교회의 필요를 지원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교회의 물질적 필요를 지원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의 넷째 법규를 살펴보면, 교리서는 금요일이라는 명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켜야 한다는 과거 규율을 제거하지는 않았습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대축일과 겹치지 않는 모든 금요일에는 절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현행 교회법 제1249-1253조에서는 참회 고행의 날들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교회법 제1250조는 “보편 교회에서 참회 고행의 날과 시기는 연중 모든 금요일과 사순 시기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교회법 제1251조는 “연중 모든 금요일에는 대축일들 중의 어느 날과 겹치지 아니하는 한 육식 또는 주교회의의 규정에 따른 다른 음식을 자제하는 금육재가 지켜져야 한다. 재의 수요일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하시고 돌아가신 성금요일에는 금육재와 금식재가 지켜져야 한다”라고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외형적인 금육재와 금식재의 준수만이 아니라 그 의미를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자신과 이웃들의 각종 죄악을 보속하는 정신으로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켜야 합니다. 금식은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에 준수되어야 하고, 성 토요일 성야 미사까지 권장되는데, 만 18세부터 만 60세 전날까지 준수해야 합니다. 금육은 대축일과 겹쳐지지 않는 대림, 사순, 연중 시기의 금요일에 준수되어야 하는데, 만 14세 이상 모든 신자가 해당됩니다. 금육은 단순히 육식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비싼 것으로 간주되는 음식과 음료까지도 금지되어야 하며 절제한 몫을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서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금식과 금육의 준수는 본당 사목구 주임은 정당한 이유가 있고 또 교구장 주교의 규정을 따라 개별적인 경우에 축일이나 참회의 날을 지킬 의무에 대한 관면이나 혹은 다른 신심 행위로의 교환을 허가할 수 있다고(교회법 제1245조)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 주교회의는 참회 고행에 관하여 모든 신자들이 보편법의 규정을 지키도록 하였고, 한국교회에서 지키도록 특별히 규정한 개별법이 없으므로 금식재와 금육재에 대해서는 교회법의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2월 23일, 박희중 신부(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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