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교회법 전례 Q&A] 신부님과 부제님은 무엇이 다른가요? 제가 로마에서 부제품을 받고 이탈리아 북쪽 트렌티노 지방의 알라(Ala)라는 작은 마을의 본당에서 사목 실습을 하던 때였습니다. 현재 이탈리아 교회도 사제 수가 많이 줄어서 본당 신부님 한 분이 여러 본당을 맡고 있는데, 마침 한국인 부제가 왔다고 기뻐하시며, 저에게 한 본당의 사목을 거의 다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그 본당으로 가서 말씀 전례를 하고 강론, 신경, 보편지향기도를 한 후 바로 영성체 예식으로 옮겨가 미리 신부님께서 축성해 둔 성체를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으로 미사를 대신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신자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미사가 더 짧아진 것 같아서 좋네요!” 아마도 성체를 받아 모셨기 때문에 이 전례가 미사라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자들이 저에게 자꾸 신부님이라고 불러서 매번 신부가 아니라 부제라고 말해야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품성사를 받은 이를 “성직자”라고 부르는데, 이 성품성사를 통하여 성직자는 불멸의 인호를 받고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도록 축성됩니다(교회법 1008조). 그리고 이 성품성사는 세 품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로 ‘부제’와 ‘신부’와 ‘주교’입니다(교회법 1009조 1항). 이렇게 부제는 성직자 중 가장 막내인 셈인데, 신학교에서는 최고 학년이라서 후배 신학생들을 지도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리고 방학이 되면 각 출신 본당으로 파견되어 신부님을 도와 부제직을 수행하고 사목 실습을 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부제들은 신부가 되기 전에 거쳐 가는 단계처럼 되어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의 다른 나라에는 가정도 이루고 다른 세속 직업도 가지는 “종신부제”도 존재합니다. 주교와 신부는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행동할 사명과 권한을 부여받아 그리스도의 “사제”로서 성체성사뿐만 아니라 다른 성사들도 거행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제는 “전례와 말씀과 사랑의 봉사로 하느님 백성을 돌보는 힘을 받는다.”(교회법 1009조 3항)라고 되어 있서 미사 집전을 할 수는 없지만, 혼인성사와 병자영성체, 성체강복과 축복을 거행하고 강론과 장례식도 할 수 있어서 사제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부제도 로만 칼라를 하고 다니기 때문에 신부와 구분하기 힘들지만, 전례 때에는 영대를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사선으로 늘어뜨리게 착용하고, 장엄전례 때에는 “달마티카”라고 불리는 부제복을 입기도 하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제가 복음을 낭독할 때에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하면 “또한 부제의 영과 함께”라고 응답하시면 됩니다. [2020년 3월 1일 사순 제1주일 수원주보 3면, 이규용 유스티노 신부(교구 제1심 법원 성사보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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