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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궁금해요 교회법 전례 Q&A: 아빠스는 어떤 분이신가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1 조회수3,130 추천수0

[궁금해요 교회법 전례 Q&A] 아빠스는 어떤 분이신가요?

 

 

신학생으로 로마에서 유학하던 시절, 다른 한국인 신학생들과 함께 바티칸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클러지 복장을 한 노인 신부님이 몇몇 다른 신부님 수녀님과 함께 식당에 들어섰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들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진으로만 보던 이형우 시몬 베드로 아빠스였습니다. 그래서 같이 온 신학생들과 그분께 인사를 드렸더니 밝게 웃으시며 격려해주셨습니다. 아빠스는 일행과 간단히 식사만 마치시고 먼저 나가셨는데, 나중에 보니 이미 저희 식사비까지 계산을 다 하셨습니다. 가난한 유학생들인지라 아빠스의 따뜻한 배려가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신자들에게 아빠스(abbas)는 생소할 수 있습니다. 흔히 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빠스는 아버지나 원로라는 뜻의 아람어 ‘아빠’(abba)나 콥트어 ‘아파’(apa)와 관련된 라틴어 발음이며, 초기 교회 수도자들의 영적 아버지나 사부를 지칭하는 데 쓰였습니다. 오늘날에는 “베네딕도 수도 규칙서”를 따르는 수도회들, 즉 베네딕도회, 시토회, 카말돌리회, 트라피스트회와 다른 몇몇 의전율수회(canonici regulares)에 속한 자치 수도원(monasterium sui iuris)의 대수도원장을 일컫는 명칭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수도회에 아빠스가 계시지는 않습니다. 제가 소속된 수도회는 자치 수도원들의 연합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총장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 수도회여서 아쉽게도 아빠스가 계시지 않습니다.

 

구 교회법 625조에 따르면 아빠스에게는 자색 주교 모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교 복장을 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주교관, 반지, 가슴에 거는 십자가 등을 하고 장엄한 전례(ritus pontificales)를 거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베네딕도 왜관 대수도원장은 덕원 자치수도원구장(abbas territorialis Tokvonensis) 서리도 맡고 있으므로, 주교품만 받지 않았을 뿐, 교구장 주교와 동등한 모든 권한을 가지며 자색 주교 모자도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덕원 자치수도원구장 서리이신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위에 언급된 박현동 아빠스 외에 두 분의 아빠스가 더 계십니다.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는 작년 3월에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고성 수도원이 아빠스좌 대수도원으로 승격되어 초대 아빠스로 선출된 분입니다. 그리고 ‘한 번 아빠스면 영원히 아빠스다’(semel abbas, semper abbas)라는 격언처럼 은퇴하신 후에도 여전히 아빠스라는 칭호를 가지는 전 왜관수도원장 이덕근 마르티노 아빠스도 계십니다.

 

[2020년 3월 22일 사순 제4주일 수원주보 3면, 이규용 유스티노 신부(교구 제1심 법원 성사보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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