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교회법 전례 Q&A] 가톨릭 교회에서는 왜 세례명을 짓나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제일 먼저 이름을 지어 부르듯이,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 세례로 그리스도와 결합하여 새로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그리스도교에 맞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됩니다. 보통 세례명을 성인(聖人)의 이름으로 짓는데, 이는 신앙인으로 훌륭하게 살다 가신 성인을 공경하고 수호성인으로 모시며, 그 품행과 성덕을 닮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가끔 해외 유명인의 이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올 법한 이름을 선택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세례명을 갖는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기를 둔 부모나 예비 신자들은 성인의 생애와 신앙의 모범을 알아보고 신중하게 세례명을 결정해야 합니다. 사실 교회는 그러한 현상을 경계해 왔습니다. 과거 16세기(트리엔트 공의회 시대)에 유럽에서는 이교도 이름을 세례명으로 쓰는 경우가 있었는데, 교회는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여 강력하게 그리스도교식 이름만을 선택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현 교회법에서는 “부모와 대부모 및 본당 사목구 주임은 그리스도교적 감성에 어울리지 아니하는 이름을 붙이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교회법 제855조)라고 규정하며, 성인의 이름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권에 상응하는 그리스도교적 의미를 지니는 여러 형태의 다른 이름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습니다. 로마 유학 시절 ‘칸(왕이란 뜻)’이라는 이름을 지닌 방글라데시 신부님을 알게 되었는데, 세례명도 같은 ‘칸’이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나라의 정치적, 종교적 혼란이 많던 지역 문화권의 정서 때문에 방글라데시 교회는 그리스도교식 이름을 선택해야 하는 원칙에서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 교회에서도 ‘어른 세례 때 일반적으로 새로운 이름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결정함으로써 가톨릭 교회가 지역 문화의 관습을 존중하여 이름 자체가 세례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끔 보게 되는 외국인 중에 그리스도교적 세례명이 아닌 분들이 있는 것입니다. 또 ‘세례명을 바꿀 수 있냐’는 질문도 많이 하십니다. 보통 견진성사 때 세례명을 바꿀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사목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2015년 춘계 주교회의에서 ‘세례명 변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결정하였습니다. [2020년 5월 17일 부활 제6주일 수원주보 3면, 김의태 베네딕토 신부(교구 제1심 법원 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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