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교회법 전례 Q&A] 병자 성사는 죽기 직전에 한 번만 받을 수 있나요? “환자에게 종부 성사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신부가 환자의 가족들에게 말하니 그 집안 식구들은 매우 놀라는 것이었다”(경향잡지 1964년 4월호 수록). 이렇게 예전에는 병자 성사를 종부 성사라고 부르며, 죽기 직전이 아니면 받지 않는 마지막 성사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도유”(extrema unctio)라고도 불렀습니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이 성사를 원래 초기 교회의 모습으로 복원하여 “병자 성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되돌렸습니다. 병자 성사는 죽을 위험이 없더라도 병이나 노령으로 어느 정도 위험하면 받을 수 있는 성사이고(교회법 1004조 1항), 병자 성사를 받고 나서도 회복되었다가 다시 병환에 빠지거나, 혹은 같은 병이 지속되다가 더욱 위독해지면 다시 병자 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교회법 1004조 2항).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병자들에게 기름을 바르고 안수하여 병을 고쳐주라는 사명을 맡기셨습니다(마르 6,13; 16,18; 루카 9,1-3). 이러한 사명을 초기 교회는 잘 보존하여 앓는 사람이 있으면 교회의 원로들을 불러 환자를 위하여 기도하고 기름을 발라 주어, 죄를 용서받고 주님께서 그를 일으키시도록 돌보았습니다(야고 5,14-15). 이렇게 보면, 성경과 현행 교회법 어디에도 ‘병자 성사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받는 것’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병환이 어느 정도 위중하면 사제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병자 성사를 죽음이 임박해서야 받는 종부 성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8세기부터라고 합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성사를 아무나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엄격주의가 만연하여, 고해 성사와 영성체를 죽기 직전까지 미루는 풍조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병자 도유를 마지막 성사로 보고 죽기 직전, 고해 성사와 노자 성체 다음에 주는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트리엔트 공의회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면서, 교회는 병자 성사가 죽기 전에 받는 마지막 성사가 아니라 ‘병자를 위한 치유의 예식’이라는 점을 다시 새롭게 인식하게끔 하였습니다. 병자 성사의 효과는 병자가 신앙의 힘으로 고통을 이겨내도록 그에게 육신적 힘과 용기를 주고, 그의 죄도 용서하여 영혼의 평화를 이룩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병자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사랑도 표현합니다. 따라서 병자 성사를 집전할 때는 가족들과 간병인들을 비롯하여 가능한 한 교회 공동체가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사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표징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5월 24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수원주보 3면, 이규용 유스티노 신부(교구 제1심 법원 성사보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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