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교회법 전례 Q&A] 가톨릭 신자가 다른 교파에서 영성체해도 되나요? 신학생 시절, 동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동유럽 사람들은 주로 정교회를 믿기 때문에, 가톨릭 성당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주일 미사에 참례하기 위하여 주변의 성당을 검색해 보았지만, 정교회 성당만 나올 뿐 가톨릭 성당은 별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겨우 멀리 있는 가톨릭 성당에 시간 맞춰 도착하여 가까스로 주일 계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신자들이 가톨릭 성당이 많지 않은 곳으로 출장 혹은 여행을 떠나게 되면 주일 미사에 참례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과 비슷한 성만찬 예식을 거행하고 있는 정교회, 루터교, 성공회 등의 타 교파 예식에 참석해서, 그들이 주는 빵과 포도주를 받아먹어도 되는지 질문하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러한 “성사 교류”(communicatio in sacris)는 정해진 조건이 충족될 때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선, 가톨릭 성직자들은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성사를 집전하고, 가톨릭 신자들은 가톨릭 성직자들에게서만 성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대원칙입니다(교회법 844조 1항). 하지만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위에서 든 예와 같이 ‘신자가 가톨릭 성직자에게 가는 것이 불가능할 때, 참으로 필요하거나 영적 유익이 있을 때’, 성사를 유효하게 보존하는 교파의 성사 중 성체 · 고해 · 병자, 이 세 가지 성사만 받을 수 있습니다(교회법 844조 2항).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성사 집행자가 해당 교파로부터 유효하게 서품된 성직자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그가 성사를 유효하게 집전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정교회에서는 사제직이 유효하게 보존되어왔으므로 유효한 성사를 집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동방교회교령」, 25항). 하지만 루터교나 성공회의 사제직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레오 13세, 서한 「성공회 서품」, 덴칭거 3315-3319항 참조). 반대로, 정교회 신자들도 정교회 성직자가 없을 때 가톨릭 성직자에게 ‘자발적으로 청하고, 올바로 준비했다’면 위 세 가지 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교회법 844조 3항). 정교회가 아닌 개신교 신자의 경우에는(그가 유효하게 세례를 받았다면), 교구장 주교나 주교회의의 판단에 따른 긴급하고 중대한 필요성이 있거나 죽음의 위험이 있을 때, 가톨릭 성직자에게 위 성사에 대한 가톨릭 신앙을 표명하고 올바로 준비한다면 마찬가지로 이 세 가지 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교회법 844조 4항). 가톨릭 교회는 ‘영혼의 구원’이라는 최상의 법을 항상 존중합니다. 그래서 구원과 직결되는 성체 · 고해 · 병자 이 세 가지 성사는 비록 갈라진 형제들이라도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고 올바로 준비된다면 교파를 초월하는 성사 교류가 가능한 것입니다. [2020년 6월 21일 연중 제12주일 수원주보 3면, 이규용 유스티노 신부(교구 제1심 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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