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교회법 전례 Q&A] 혼인무효판결 후에는 어떤 조치가 이루어지나요? 가톨릭 교회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이혼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은 이른바 ‘조당에 걸렸기’ 때문에 성사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교구 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요청하시는 신자들은 대부분 그동안 못했던 신앙 생활과 성사 생활을 다시 시작하려는 분들입니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상상하거나 이해하기도 힘든 사정을 겪은 분들도 많습니다. 이에 교구 법원은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신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오히려 신앙 생활과 하느님의 자비가 더 필요하며, 특히 성사로부터 내려오는 위로와 은총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본당 사목구 주임 신부와 면담을 하고 나서 교구 법원에 소송제기서와 관련 서류들을 제출하고 나면, 적어도 한 번은 교구 법원을 방문하여 재판관 신부와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재판관은 성사보호관과 변호인과 함께 이 사건을 신중하게 검토합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혼인무효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혼인무효소송 결과는 한국의 모든 교구와 본당이 함께 공유하는 전산망인 ‘통합양업 시스템’을 이용해 해당 신자의 교적에 온라인으로 기재됩니다. 그리고 서면으로도 해당 본당에 통지됩니다. 그러면 본당 사무실에서 당사자에게 혼인무효판결이 났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혼인무효소송을 청하는 신자는 대부분 이혼 후에 이미 재혼을 했거나, 다른 분과 동거를 하며 재혼 예정인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전 혼인에 대해 무효판결을 받았다는 그 사실만으로 ‘조당을 풀었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내시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혼인무효판결은 새로운 혼인을 위한 준비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전 혼인을 정리하였으니, 이제는 현재의 ‘혼인을 교회법적으로 유효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혼인무효판결을 받은 후 반드시 본당 사목구 주임 신부에게 알리고, 현재 함께 사는 배우자와 함께 간략한 교회 혼인 예식을 거행해야 합니다(교회법 1160조). 만약 배우자가 교회법적 혼인 예식을 완강히 거부하는 경우에는 본당 사목구 주임 신부를 통하여 교구 법원에 ‘근본 유효화’를 청하면 됩니다(교회법 1161조). 이렇게 현재의 혼인 상태도 유효화해야, 완전히 ‘조당’을 풀고 정상적으로 성사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고 교구 법원을 찾는 분들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혼인무효판결을 받고 나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신자들 모두가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시며 행복한 성가정을 꾸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0년 7월 26일 연중 제17주일 수원주보 3면, 이규용 유스티노 신부(교구 제1심 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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