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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궁금해요 교회법 전례 Q&A: 복자의 이름도 세례명으로 사용할 수 있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03 조회수3,686 추천수1

[궁금해요 교회법 전례 Q&A] 복자의 이름도 세례명으로 사용할 수 있나요?

 

 

“아기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 건가?” “레닌 리베로 안토니오!” “그럼 소련으로 가서 세례를 받게.” 이탈리아 소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의 한 장면입니다. 공산당 두목인 빼뽀네 읍장이 돈 까밀로 신부를 찾아와 자기 아들의 세례를 청하면서 세례명을 공산 혁명을 일으킨 ‘레닌’으로 하겠다고 하자, 돈 까밀로 신부는 단칼에 거절합니다. 결국, 이 둘은 한바탕 힘겨루기를 하게 되고, 돈 까밀로 신부가 예수님의 도움으로 빼뽀네를 이기자 아기의 이름을 “리베로 까밀로 레닌”으로 타협합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세례명이 가톨릭 교회에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언제부터 세례명을 붙이는 관습이 생겨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3세기 중엽부터는 태어난 아기에게 성경에 나오는 이름이나 순교자 혹은 성인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래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나 성 암브로시오 주교는 신자가 자녀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짓는 것을 꾸짖으면서, 덕이 높고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며 교회의 공경을 받는 이들의 이름을 따서 세례명을 짓거나, 순교자들이나 성인들의 이름을 붙여 그들의 보호와 중재를 받도록 권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세례명을 복자의 이름으로 정할 수 없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교회법전 855조는 “부모와 대부모 및 본당 사목구 주임 신부는 그리스도교적 감정에 어울리지 아니하는 이름을 붙이지 아니하도록 보살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자기 아이의 이름을 ‘루치펠’이나 ‘베엘제불’로 짓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함마드’나 ‘제우스’라는 이름도 세례명으로는 적당치 않습니다. 이러한 부적당한 종류의 이름만 피한다면, 교회법적으로는 성인과 복자의 이름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가경자의 이름도 이론상 가능하며, 그 어떤 이름도 세례명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784년, 이승훈 신앙 선조께서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받은 이래로, 세례명 문화가 깊숙이 자리를 잡았고, 이 세례명을 기념하는 축일에 서로 축하를 주고받는 아름다운 전통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축일이 없는 세례명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모든 성인 대축일’이 있지만, 세례명으로 ‘지혜’나 ‘슬기’와 같은 그리스도교 덕행을 뜻하는 이름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축일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가경자의 이름도 공식적인 축일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축일을 가지고 있는 성인이나 복자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입니다.

 

[2020년 10월 4일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수원주보 3면, 이규용 유스티노 신부(교구 제1심 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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