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교회법 이야기 (7) 고해성사는, 부활 전과 성탄 전에만 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 본당신부 시절에 많은 교우분들이, 고해성사 때문에 성당을 나가기가 싫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물론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고해성사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모르고 하나의 ‘의무’로만 인식하시니 양심 성찰을 제대로 하실 리가 없고, 그런 상태에서 냉담자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성탄이나 부활 전에 ‘억지로’ 고해소에 들어오시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단 교회법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고해성사는 모든 신자의 의무가 맞습니다! 교회법에 의하면 모든 신자는 1년에 적어도 한 번은 고해성사를 받고 성체를 모셔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의무는 원칙적으로 부활 시기에 이행되어야 합니다(참조: 교회법 제920, 989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를 재의 수요일부터 삼위일체대축일까지 연장하고 있으므로, 이때에 맞추어 고해성사도 집전되어야 합니다(참조: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90조 1항).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부활 판공성사를 부득이한 사정으로 위의 시기에 받지 못한 신자들은 성탄판공 때에나 다른 때라도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참조: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81조 2항, 제90조 2항). 우리나라 신자들은 적어도 1년에 두 번 고해성사를 봐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요. 이 두 번의 시기는 물론 성탄 시기(대림 제1주일부터 주님 세례축일까지)와 부활 시기(재의 수요일부터 삼위일체대축일까지)입니다. 이렇게 성탄 시기와 부활 시기에 받는 고해성사를 ‘판공(辦功)성사’라고 하는데, 판공성사란 ‘힘써 노력하여 공로를 갖춘 다음에 받는 성사’ 라는 뜻으로 옛날에 그 공로를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시험하기 위하여 실제로 찰고(교리문답시험)를 실시했던 것에서 유래합니다. 이렇듯 고해성사가 의무임은 분명합니다만, 단지 교회법상의 ‘의무’가 아닌 주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기억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주님께서는 우리의 영혼이 죄에 억눌려 고통스러운 상태로 있는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우리의 영혼이 죄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기쁨과 해방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에게 고해성사라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모든 선물이 그렇듯, 그 선물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활용하는지의 여부는, 선물을 받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잘 못 가시겠지만, 몸이 찌뿌둥할 때 공중목욕탕에 가서 때를 미시면 기분까지 상쾌해지잖아요? 그렇게 목욕탕 가시는 마음으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고해소에 나아가십시오. 성탄이나 부활 때가 돼서야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나오지 마시구요! [2020년 10월 18일 연중 제29주일 ‧ 전교 주일 ‧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춘천주보 2면, 이태원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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