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여정,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상) 세계주교대의원회의
2년간 전 세계가 준비… 하느님 백성 전체 생각 ‘충분히’ 경청 -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의원들이 2019년 10월 26일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아마존 특별회의 마지막 회기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정기총회는 교회가 공동합의성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9일 교황청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개막한다. 이전과는 달리 2023년 10월까지 만 2년 동안 하느님 백성 전체의 ‘함께 걷는 여정’이 될 이번 주교시노드는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를 구현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3회에 걸쳐 주교시노드와 그 주제인 공동합의성에 대해 성찰하고,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들이 이 여정에 참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혹은 주교시노드로 불리는 가톨릭교회의 독특한 이 회의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과정에서 신설됐다. 공의회는 교황과 주교단의 일치를 드러내고 신앙과 도덕을 옹호·발전시키며 교회의 활동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상설 자문기구 설치를 희망했다. 이에 바오로 6세 교황은 공의회 회기 중인 1965년 9월 15일 자의교서 「사도적 염려」(Apostolica Sollicitudo)를 반포해 주교시노드를 설치했다. 주교시노드는 건의권만 있고 의결권이 없는 교황의 자문기구다. 즉, “상정된 문제들을 토의하고 건의를 제시하는 것이지 그것에 대하여 판정하고 교령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다.”(교회법 제343조) 공의회가 전 세계 주교단의 이름으로 그 대표자들이 교황과 함께 보편교회를 위한 안건을 결정하는 의결기구인 반면, 주교시노드는 대의원 주교들이 주요한 교회 안건들을 논의한 것을 교황에게 건의하는 자문기구인 것이다. 교황은 주교시노드와 관련해 회의의 소집과 장소 지정, 대의원 선임, 주제 선정, 안건 처리 순서 결정, 회의 주재 및 종결 등의 권한을 갖는다. 교황이 선정한 대의원 주교들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의제개요와 의안집을 숙지하고, 약 한 달간 진행되는 본회의에서 논의를 심화하고, 이를 통해 제안된 사항들을 표결로 채택한다. 이후 교황에게 제출할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최종 메시지를 발표한다. 교황은 이 보고서를 검토하고 대개 1년 이내에 후속 교황 문헌을 발표한다. 주교시노드 역할 강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주교시노드는 시대와 사회 상황의 변화에 따라 교회의 주요 문제들을 논의하는 보편교회의 가장 중요한 회의로 자리 잡았다. 교회법 제344조에 따르면 주교시노드는 정기총회와 임시총회, 특별회의로 구분된다. 특별회의는 특정 지역에 관련되는 안건을 다루는 회의로 주로 대륙별 회의로 열린다. 지금까지 정기총회 15회, 임시총회 3회, 특별회의 11회 등 총 29회가 열렸다. 오는 10월 9일 개막되는 주교시노드는 제16차 정기총회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9월 교황령 「주교들의 친교」(Episcopalis Communio)를 발표해 주교시노드의 역할을 강화했다. 교황은 이 교황령을 통해 “언제나 더욱 하느님 백성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특권적인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본회의에 앞서 하느님 백성과 협의하는 절차가 강조됐다. 이 절차는 각 교구와 수도회는 물론 평신도 조직들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를 포함한 이전 교황의 재위기간 동안, 주교시노드는 대의원 주교들이 총회에서 각자 발표문을 읽고 최종 제안 단계에서 각 항목에 투표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기존의 방식에 더 많은 토론 시간을 추가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토론 시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제 개막하는 제16차 정기총회는 아예 주교시노드 과정을 2년으로 연장해 하느님 백성 전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데 더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주교시노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은 시대적 징표였다.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 19일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당초 쇄신과 개혁의 교황이었다. 당시는 산업혁명과 냉전 종식을 능가하는 격변의 시기였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환경과 생태계 파괴, 부의 양극화로 가난한 이들의 신음이 더욱 높아졌다.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에 휘둘리는 교회는 성직자 성추행 스캔들과 교황청 부패 등으로 도덕적 권위마저 잃었다. 가톨릭교회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현대 세계와 문화에 대한 적응을 모토로 쇄신의 닻을 올렸던 것처럼, 교회는 철저한 자기 쇄신을 요청받고 있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쇄신과 개혁을 지향하며 자신의 교황직을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수개월 뒤 이탈리아 예수회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주교시노드는 정적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주교시노드 방법론을 바꿀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집한 주교시노드는 모두 네 차례,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열린 가정 관련 주교시노드, 2018년 청년을 주제로 한 주교시노드, 그리고 2019년 아마존 주교시노드다. 그가 처음으로 소집한 두 차례의 가정 시노드는 주교시노드가 질적으로 변화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시노드의 전 과정을 통해 현대 가정들의 삶을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고, 세간에서 교회의 분열을 우려할 정도로 기탄없는 의견 제시가 이뤄졌다. 2014년, 가정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주교시노드를 마친 교황은 “모든 것이 합의되거나, 잘못되고 조용하기만 한 평화 속에서 침묵만 있었다면 슬픈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듬해 이어진 두 번째 가정 주교시노드에서도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 16차 정기총회와 ‘공동합의성’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10월 17일 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 연설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모든 이가 성령께 귀를 기울이자”고 강조했다. 그리고 제16차 주교시노드 주제를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으로 정했다. 나아가 당초 2022년 10월 예정이었던 본회의 일정을 2023년 10월로 미룸으로써 2년에 걸쳐서 주교시노드의 전 과정을 진행하도록 했다. 이 기간 동안 주교시노드는 교구-대륙-세계 3단계로 진행된다. 교구 준비 단계에서는 개막미사가 거행되는 올해 10월 17일부터 2022년 4월까지 지역교회 차원에서 교구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2023년 3월까지 두 번째 단계인 대륙별 과정이 이어지고, 2023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단계의 주교시노드 본회의를 개최한다.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열리는 16차 정기총회는 교황 즉위 당시부터 마음에 둔 공동합의적 교회의 이상을, 공동합의성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시노드가 고위 성직자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걸어가는 여정’으로 변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당연히 이 여정에는 우리들 각자를 포함한 ‘하느님 백성’ 전체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 서로에게 그리고 성령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인내와 노고가 반드시 요구된다. [가톨릭신문, 2021년 10월 10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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