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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교구단계: 서울대교구 시노드 종합 문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24 조회수1,861 추천수0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교구단계: 서울대교구 시노드 종합 문서

성령 안에서 함께 가는 교회를!


서론: 희망을 안고 두려움을 넘어서

1. 2003년 교구 시노드를 마친 서울대교구는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로’ 향한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는 여정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교구와 본당의 사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교구 시노드를 기획하던 중에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가 개최되었다. 


교구단계 목표: 시노드 교회를 체험하고 실현하기

2. 2021년 당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개막 미사에서 ‘시노드에 대한 기쁨과 희망, 그리고 슬픔과 고뇌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시노드 여정을 통하여 ‘교회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을 발견할 것’이라는 기쁨과 희망을, 그리고 ‘나약한 인간으로서 부족한 현실과 잘못을 지적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언급한 것이었다. 그리고 2022년 서울대교구 사목 교서 사제 설명회에서 새 교구장 임명자 정순택 대주교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를 체험하고 실현하는 것’을 시노드 교구단계의 목표라고 제시하면서, 교구 사제들에게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내를 가지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에 끝까지 귀 기울여 들을 것을 요청하였다. 

3. 이에 따라 서울대교구는 하느님 백성으로부터 시노드 교회를 위한 제안을 직접 경청하는 소그룹 모임(Consultative meeting)을 본당과 사도직 단체를 중심으로 개최했다. 여기에 더하여 시노드 홈페이지도 함께 운영하여 부득이한 이유로 소그룹 모임에 참석하기 어려운 이들이 직접 시노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했다. 

4. 먼저 시노드 여정의 첫 번째 경청자로서 본당 및 사도직 단체에서 소그룹 모임을 진행할 봉사자를 위해 시노드 홍보 안내 영상과 소그룹 모임 안내서를 제작하여 보급하고 봉사자 양성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봉사자들이 소그룹 모임 참가자들에게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친교, 참여, 사명 그리고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10가지 핵심 주제를 전달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 자료를 제시했다. 또한 모든 자료는 전체 참가자와 봉사자가 볼 수 있도록 교구 시노드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시노드 교구단계를 안내했다.


교구단계 진행상의 어려움

5. 교구단계 소그룹 모임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이었다. 이번 시노드의 취지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이 하느님 백성의 참여였기 때문에 교구단계 진행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를 체험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런 어려움에 대한 개별 교회의 목소리를 경청한 교황청 시노드 사무국은 교구단계 진행 중에 그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보편 교회와 개별 교회가 함께 서로 소통하고 있고, 이런 소통을 이번 시노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6. 소그룹 모임이 진행되면서 또 다른 어려움들도 있었다. 첫 번째는 새롭게 신학적으로 정립된 ‘시노달리타스’의 개념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따르는 문화적/언어적 어려움이었다. 유럽 언어에 기반을 둔 용어인 ‘시노달리타스’의 풍요로운 의미를 한국 교회 안에서 충분히 이해하도록 전달하기에는 근본적이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 교회나 아시아 교회에서 ‘서로 함께’라는 것은 일상적인 삶 안에서 생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함께 일하고, 함께 춤추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생활하는 모든 체험을 ‘시노달리타스’라는 개념과 연결 지어 설명하고 논의 과정을 통해 정립하는 것이 어려웠다. 두 번째로 일상생활 안에서 함께하시는 성령에 대한 체험을 구체적인 생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한국 교회나 아시아 교회의 문화적 개념 안에는 ‘파라클리토스’ 성령을 설명할 수 있는 관계적 개념이 없다. 가족 개념을 통해 하느님은 아버지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 이해할 수 있지만,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발한 성령 하느님에 대한 관계는 생소하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것을 믿고 또 알고 있다. 하지만 승천하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버지로부터 보내시어, 우리와 함께 머무르시고 이끄시는 성령께서 우리 생활 안에서 어떻게 함께 하시는지를 찾아내고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어려움은 소그룹 모임에서 대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한국 사회는 유교 문화 속에서 나이와 예의를 지키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대화 형태도 남북분단과 이념적 대립 경험의 영향으로 존중과 경청보다는 주장과 설득으로 상대방을 가르치거나 실수를 지적하고 비난하는 형태를 보인다. 또한 급속도로 발전한 한국 사회의 변화와 성장은 세대와 계층 간의 차이를 야기했고, 이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가 대화를 통한 소통,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관계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교구단계 시노드 소그룹 모임을 진행하면서도 이러한 어려움이 드러났고,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소그룹 모임이 시작됐다.


개인 성찰과 소그룹 모임

7. 시노드 안내 영상과 교육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여, 참가자들이 시노드 소그룹 모임 전에 각자 개인 성찰을 먼저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개인 성찰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신앙 체험이 무엇인지 떠올리고 그 안에서 체험했던 하느님을 기억했다. 또한, 그러한 체험과 친교, 참여, 사명으로 이루어진 시노드 교회의 10가지 주제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시노드 소그룹 모임 참가를 준비하였다. 

8. 개인성찰을 마친 참가자들은 소그룹 모임 안내서를 통해 제시된 단계에 따라 소그룹 모임에서 자신의 생활 안에서 함께 하셨던 하느님에 대한 체험을 나누고 경청하면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를 체험하게 되었다.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와 성령 체험 그리고 대화와 시노드 논의 과정에서 만남과 경청, 소통을 통한 상호 신뢰와 존중에 대한 이해와 표현이 놀랍게 성장했다. 참가자 개인의 하느님 체험은 소그룹 모임을 통해 공동체의 경험이 되고, 모임 안에서 함께 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을 식별함으로써 교회의 체험으로 발전했다. 이 모든 과정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10가지 주제를 통한 식별을 거쳐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체험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서울대교구가 더욱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되기 위해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는 방법과 절차에 관한 시노드 의견을 소그룹 모임별로 교구 시노드 홈페이지에 제출했다. 또한 각 본당에서 소그룹 모임별로 제시된 시노드 의견은 본당 주임신부와 운영팀이 다시 해석하고 식별하는 두 번째 경청 과정을 거쳐 ‘본당종합의견’으로 교구 시노드 홈페이지를 통해 제출됐다. 


특별 경청

9. 한편 교구단계 소그룹 모임 진행 중에 그동안 특별히 소외됐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들, 특히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북한이탈주민과 연결된 단체와 연락하여 시노드 제안을 경청하고 의견을 접수했다. 또한 서울대교구 내에 총원이나 모원을 두었거나, 본당이나 사도직 현장에서 활동하는 남녀 수도회 네트워크 모임을 개최하여 시노드 과정을 설명하고, 수도회별로 진행된 총회나 시노드 모임을 통해 서울대교구에 시노드 의견을 제시하도록 요청하여 접수했다. 또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교구 사제들에게 두 차례의 서한을 보내 교구단계 맥락에서 사제들의 제안을 경청했다. 그리고 예비신학생들과 대신학생들도 시노드 모임에 참여하고 시노드 의견을 제출했다.


본론: 성령과 함께, 교회를 새롭게

I. 소그룹 모임 단계(consultative meeting phase)

10. 소그룹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에 하느님 백성 전체를 초대하신 것에 대한 응답이었다. 소그룹 모임의 참가자들은 기도와 묵상 그리고 대화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동체 모임 안에서 나누고 경청하였다. 또한 성령의 이끄심을 의식하면서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의 10가지 주제에 따라 교회가 새롭게 되기 위해 회개와 치유가 필요한 부분을 살피고,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를 위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하여 교구단계를 통해 232개 본당 중 174개 본당과 각종 사도직 단체에서 6,038회의 소그룹 모임을 개최했으며, 연인원 31,932명 이상이 참가했다. 또한 소그룹 모임과 개별 제안을 통해 약 4만 건의 시노드 의견이 제출됐다. 제안된 시노드 의견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사목적 협조자, 교회 활동과 운영, 경청, 소통, 교회 참여, 양성 교육,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사회와의 관계 안에서 교회의 역할과 사명 등을 주제로 상호 연결되어 제시되었다. 


참여를 통한 친교의 체험

11. 소그룹 모임을 통해 표현된 시노드 제안은 ‘만남을 통한 인격적 친교’의 소중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격적 친교를 위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경청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경청하는 과정에서 성령의 이끄심을 감지하는 영적 식별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삼위일체 하느님의 현존을 느꼈던 순간과 자신을 성찰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감사와 찬미, 주님 안에서의 참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은총의 시간이었다고 표현하였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개막 연설을 통해 교회 구성원 모두를 세계주교시노드에 초대하며 “형제자매 여러분, 이 만남과 경청과 성찰의 순간을 우리가 복음의 기쁨 안에서 적어도 세 가지 기회들을 인식하도록 해 주는 은총의 때로 체험합시다.”하신 말씀을 실현하는 순간이었다.

12. 또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방식의 모임을 통해 이루어진 이번 시노드를 통해 신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뒷담화’에 그쳤던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표현하면서, ‘그렇게 말해도 된다’는 것과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도 있다는 것도 경험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누군가가 마음을 다해 경청하는 것을 체험했다. 이러한 체험은 ‘소속감’의 체험, 자신도 교회의 ‘일원’이라는 체험으로 이어졌다. 시노드 제안에서 “나 혼자 믿는 신앙”이 아니라 “함께 믿는 신앙”을 체험했다는 의견이 반복되었는데 이는 가톨릭교회의 신앙이 개인적 신앙이 아니라 공동체적 신앙이라는 것, 각 개인의 영성생활이 교회 안에서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공동체적 신앙의 기쁨을 맛보고 깨닫게 한 계기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청을 통해 교회의 약점을 마주함

13. 시노드 제안을 통해 드러나는 교회 구성원들 간의 관계는 전반적으로 ‘수직적이며 닫힌 구조’로 체험되고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권위주의라는 말로도 표현되고 있는데, 신자들이 성직자들에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성직자의 사목활동이 성직주의로 표현되고, 수도자나 평신도 봉사자와 신자들의 관계 역시 수직적이고 권위적으로 이해되는 데에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부재, 편안한 접근의 어려움, 사제 중심적 혹은 사제의 독단적 결정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교회 운영, 그리고 설사 신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극히 소수의 의견만이 고려된다는 것 등이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신자들에게 교회는 경청하며 영성생활을 하는 곳이 아니라 지시하고 강제하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기보다는 배척받고 있음을 체험한 것이다. 이는 공동체와 신앙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희망을 저버리게 하여 현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적 권고를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를 가져오게 했다. 

14. 시노드 제안을 통하여 신자들도 사회적이고 인간적 관계를 우선시하고, 세속적인 친목은 도모하면서도 하느님과의 관계는 도외시하고, 기도와 성사 생활,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생활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음을 성찰했다. 이 때문에 쉽게 신앙생활에서 멀어져 가고 있으며,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대한 회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본당에서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해 오거나 봉사활동을 해온 형제·자매들이 새로 전입해 오거나 세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례, 사목 위원이나 단체임원들이 텃세를 부리거나 권위주의적인 고압적 자세를 보이는 사례, 교육‧환경‧경제‧문화‧여가생활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 등이 지적되었다. 이렇게 문제가 있는 사례들이 누적되어 공동체의 일치와 친교를 해치고 있으며, 새 교우들이 전출입을 꺼리거나 단체가입을 못 하거나 심지어는 본당 공동체를 떠나거나 신앙생활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고 성찰했다.


친교의 원천이신 하느님, 성령 하느님을 체험

15. 소그룹 모임을 통해 참가자들은 기도로 시작하고, 성령의 이끄심에 주목하며 성령의 뜻을 식별하는 경청을 통해 삼위일체 하느님과 함께 이루는 친교가 얼마나 큰 감동과 위로와 치유의 은총이 되는지를 체험했다.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 안에서 하느님 현존을 느끼며 공동체의 신앙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체험했다. 또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친교’와 ‘하느님과 함께하는 자신과 교회 공동체의 친교’를 체험한 참가자들은 ‘하느님의 자녀이며 복음을 체험한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교회의 사명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가 ‘함께 하지 못한 이웃이 누구인지, 함께 하지 못한 일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었고,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신앙의 성장이 필요하고, 또한 교회가 나서서 그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노드 여정의 동반자: 함께 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관심

16. 시노드 제안을 통해 많은 참가자가 교회 공동체의 노령화에 우려를 표현했다. 교회 공동체 활동이 중장년층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목 방향으로 인해 노인 신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위한 사목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교회의 노령화에 대한 대안 마련과 함께 미래 신앙 공동체의 주인이 될 어린이와 청년에 대한 관심과 활성화를 위한 필요성과 노력을 언급했다. 본당마다 어린이와 청년 미사가 사라지는 추세에 있고, 어린이와 청년들은 교회 생활이 즐겁다고 느끼기보다는 의무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청년들은 본당 활동에서 과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교회 공동체의 활동 안에서 부수적인 일을 떠맡으며 신앙적으로 소진되고 있음을 호소하였다. 청년들의 제안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은 사목협의회나 사목 계획 수립 등에 “적어도 참관인”으로라도 참여하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청년들이 담대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이 교회에 유효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교회가 청년들의 입장에서 성찰해야 한다.     

17. 소그룹 모임을 통해서 참가자들은 교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환대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먼저 새영세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성사를 거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례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신앙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도록 돌보아야 하고 쉬는 교우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며 교회 안에서도 드러나는 1인 가구, 미혼자들, 그리고 이혼과 재혼 등의 다양한 이유로 신앙생활에 제약받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므로 이들을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또한 현재 본당 활동이 가정생활을 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생활 형태와 다른 생활을 하는 이들과 반 구역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는 본당 생활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영적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8. 소그룹 모임의 참가자들은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의 10가지 주제를 성찰하면서 모든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교회 공동체가 돌볼 것을 제안했다. 우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 독거노인, 한 부모 가정과 장애인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로 인해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당하는 이들을 위해 교회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참여와 연대를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9. 특히 시노드 교구단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장애인을 위한 미사와 교회 공동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 그리고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활동이 여성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기존의 가부장적인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교회 안에서 여성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활동 지원을 통해 여성들의 활동이 폄훼되지 않도록 교회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가정폭력, 성 착취, 성매매, 낙태 등으로 피해와 고통을 당하는 이들을 위해 실제적인 도움과 청소년뿐 아니라 전 신자를 대상으로 교회가 가르치는 성·사랑·생명에 대한 인성교육과 성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 또한 서울대교구는 시노드 교구단계를 진행하면서 성소수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시노드 소그룹 모임과 개별 제안을 통해 참여한 이들은 절제된 언어와 표현으로 신자 중에 성소수자가 있고 그들은  성소수자로서 교회 안에 있기를 바라지만 교회로부터 수용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성소수자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가 심각하며, 그중에서도 신자인 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률이 더 높다는 점에서 교회의 진정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교회 안에서 위안받고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도록 어머니의 마음으로 품어주기를 바라며, 인식개선과 다양한 사목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21. 정순택 대주교는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북한이탈주민의 시노드 의견을 경청하고자 했다.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봉사자들과 참가자들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활동이 감소하고 있으며, 주교회의와 교구 간의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세례를 받고 난 후에도 아는 것이 없는데 아무도 동반해 주지 않아 성당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으며, 신앙생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기에 신앙생활을 도와줄 신심 깊은 신자들의 동반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서울대교구에 속한 외국 이주민 참가자들도 타국에서 이주민 노동자나 학생으로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며, 교구 차원에서 이주민을 함께 걸어가야 하는 동료이자 신앙의 동반자로 여기며 일반 본당 공동체에서도 활동과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교회의 쇄신과 사명 수행을 위한 요청

22. 시노드 모임을 통해 자신과 교회의 정체성을 발견한 참가자들은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들을 도와야 하는 교회의 사명 수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함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이를 위한 상황별, 연령대별 신앙 교육을 요청했다. 세례성사 이후 강론 이외에는 교육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신앙 교육받고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교구나 본당 차원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한 교육과정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그 내용은 신자 자신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이고 순교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후손임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교에 관한 질문을 받더라도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성경, 성사, 교회 가르침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아울러 다양한 교육 내용과 방식에 대한 요청도 있었는데, 교구와 본당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통해 교회와 사회와의 연대활동, 국내‧외에서의 선교활동과 이웃 사랑 실천 활동 방법을 신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를 요청하였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성경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전례와 성사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시노드를 통해 하느님 말씀의 경청과 성찬례의 거행이 친교의 원천이며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를 실현하는 출발점이라는 자각이 있었고, 시노드정신을 실현하는 교회에 참여하는 것이 교회의 공동사명에 대한 공동책임을 수행하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공동사명을 수행하는데 뚜렷하게 그 직무의 구별이 나타나는 경우가 성사 거행에 관한 부분이므로 전례 교육이 전례 봉사자만이 아니라 신자 전체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은, 전례 거행이 하느님 백성의 고유한 신분과 권한 그리고 시노드 교회의 참여와 연결된 중요한 요소임을 드러낸다. 

23. 소그룹 모임의 참가자들은 시노드 여정 자체가 양성의 기회가 됐다는 것을 고백하며 감사했다. 그리고 이런 시노드 모임이 지속될 수 있는 방법과 제도 그리고 더 나은 시노달리타스 교회가 되기 위하여 시노달리타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양성과 소통의 기회를 요청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의 자녀답게 말하는 능력과 경청 방법, 그 안에서 성령의 말씀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필요하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백성으로서 동등하지만 고유한 품위와 권한과 책임 의식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회의 구조와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신자들은 제안한다. 그리고 교구단계 시노드가 끝나더라도 시노드 정신 곧 시노달리타스가 지속적으로 교회 생활과 활동 안에서 구현되기를 희망했다. 

24. 소그룹 모임은 참가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으로 또 희망적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참가자들은 이런 소통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하여, 우선은 교회법에서 사목을 위해 제시된 조직들 즉 교구 사목평의회와 재무평의회, 본당 사목협의회 등이 더욱 활발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였다. 특히 각 기구의 위원을 임명/선출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경제적 부유함이나 사회적 지위 같은 세속적 기준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적 기준에 적합한 봉사자들로 구성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교회가 세상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는 경우 신앙심과 함께 그 분야의 실제적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5. 소그룹 모임의 참가자들은 교회의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예언직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교회의 대사회 메시지의 중요성을 표현하며, <열린 교회>를 희망하고 요청한다. 이러한 교회는 교회가 자족적인 공동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있는 약자들, 특히 본당과 교구 관할 구역 내 있는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돌봄, 그리고 환경과 생태, 평화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활동들은 지역 단체들, 혹은 주민 센터와 연계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으며, 문화 활동에서 본당 공동체가 지역주민들에게 더욱 개방적일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시노드 제안을 통해 교회의 사회적 참여 자체가 선교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하여 참가자들은 ‘창조 질서 보존’, ‘생태계의 보호’, ‘환경위기’, ‘자원의 재활용’,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사용’ 등에 관한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교구나 본당에서 ‘교회 문헌’과 ‘사회 교리’, ‘성경’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교육을 원하고 있다. 


II. 교구문서종합 단계(a pre-synodal meeting phase)

26. 서울대교구는 소그룹 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들을 모아 정리하여 교구종합문서 작성을 시노드 교구단계의 두 번째 과정(Pre-synodal meeting)의 목표로 설정했다. 서울대교구는 소그룹 모임 과정에서부터 대의원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교구단계를 진행했다. 서울대교구는 본당과 단체별로 소그룹 모임을 통해 하느님 백성으로부터 시노드 의견을 직접 경청하였기 때문에 교구 차원에서 대의원을 통한 시노드 모임을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편으로 대도시 특성을 지닌 서울대교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여 시노드 편람에서 제시하는 대로 문서종합과정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면서 소그룹 모임을 통해 이루어진 친교와 참여의 결실을 나누고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사명을 공유하면서 현실적으로 ‘함께하는’ 시노드 교구단계를 진행하였다.

27. 교구종합문서 작성을 위해 소그룹 모임에서 제안된 시노드 의견을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로 구성된 문서 종합팀에게 배정하였다. 문서 종합팀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읽고, 성령의 도움을 요청하며 제안된 시노드 의견을 해석하는 세 번째 경청 과정을 진행했다. 소그룹 모임을 통해 제출된 시노드 제안은 교구장 주교가 승인한 세 개의 구분기준에 따라-첫 번째로 시노드 제안이 친교, 참여, 사명 중에 어디에 속하는 제안인지, 두 번째로 시노드의 10가지 주제 중에 어디에 관한 제안인지 그리고 세 번째는 의견들이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에 관한 것인지, 회심과 치유에 해당하는 것인지 또는 교회가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분류했다. 그리고 문서 종합팀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수행한 작업 결과물로 52개의 약식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약식보고서는 1) 시노드 제안 다수가 표현하는 꿈과 희망에 대하여, 2)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내용에 대하여, 3) 회개와 치유가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 4) 성령께서 교회 공동체에 주시는 영감에 대하여, 5) 성령께서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를 성장시키는 방식에 대하여, 6) 시노드 정신을 더욱 잘 실현하기 위한 절차와 여정에 대하여 그리고 마지막으로 7) 시노드 여정과 결실을 표현할 수 있는 문화적인 이미지에 대하여 개별 작성됐다. 


경청 안에서 함께하시고, 이끄시고, 양성하시고, 생활하게 하시는 성령 하느님

28. 교구단계 소그룹 모임과 개별 제안에서 제출된 시노드 의견을 통해 서울대교구가 식별한 성령의 요청은 한마디로 ‘경청’이다. 이번 시노드의 교구단계의 핵심은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 ‘경청’이었다. 시노드에서 제안된 모든 시노드 의견은 경청을 통해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이 실제로 경청을 체험하면서 교회 구성원으로서의 강한 소속감과 책임을 느꼈다는 사실로부터 경청이 성령께서 현재 교회에 요청하시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경청을 통해 드러난 시노드 교구단계의 첫 번째 식별 결과는 성령께서 우리의 삶 안에서 활동하시며 함께 해 주셨고 시노드 모임 안에서 우리를 이끌고 성장시키셨다는 고백이다. 


초대와 응답을 통한 시노드 여정의 결실

29. 성령께서는 하느님 백성과 인류 가족 모두를 시노드 여정에 초대하셨고, 교구단계 소그룹 모임에 참여한 이들에게 시노드 여정의 열매로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진실’을 맺어주셨다. 걱정과 두려움 속에 소그룹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기도 속에서 성령께 의탁하며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나눔을 경청하면서 “존중받고 배려받으며, 인격적 만남의 소중함이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소그룹 모임을 통해 내적 치유를 얻음으로써 경청에서 ‘인내’의 열매를, 인격적 만남에서 ‘기쁨’의 열매를, 환대받음으로써 ‘친절’의 열매를,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진실’의 열매를 맛봄과 동시에 걱정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평화’의 열매가 맺어짐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만남과 경청을 통해 교회의 약점을 성령의 빛으로 비추어 드러냄

30. 소그룹 모임 안에서 성령께서는 만남과 상호 경청하도록 인도해주셨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통해 교회의 약점을 드러내도록 이끄셨다. 성령의 조명 아래서 하느님의 자녀답게 말할 수 있었고,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권리를 존중하고 선을 이루려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교회의 약점을 경청했다. 교회 안에서 치유와 회개가 필요한 부분으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서로 존중하는 소통이 부족했고, 서로 따뜻하게 환대하지 못했으며, 성직주의로 표현되는 독단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참가자들은 지적했다. 신자들은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 가난하고 어려움에 처한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과 복음 선포의 사명과 교회 활동에 무관심하거나 소홀했음을 인정했다. 만남과 경청의 부재가 하느님과 교회와 친교를 이루지 못하고 교회답지 못한 삶으로 이어졌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소그룹 모임은 하느님 백성으로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함께 만나고, 교구와 수도회가 만나고 상호 경청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참가자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직시하며 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시노드 여정을 경험하면서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함께 가는 여정’이 무엇인지 체험했다. 

31. 시노드 제안을 통해 성직자들이 개인적 생활에만 관심을 두고, 기도와 성사 거행의 부족함과 성경 말씀에 기초하지 않은 강론과 성경이나 교리교육을 하는 등 하느님에 관해 가르치는 직무에 소홀함으로써 신자들과 교회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결국 교회 직무에 대한 불충실함이 하느님의 백성을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참가자들은 소그룹 모임을 통해 사목 일선에서 드러나는 어려움을 나눴다. 성직자들의 영적 고갈의 문제는 역설적으로 성직자를 위한 정신적/육체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는 것을 인지했다. 나아가, 참가자들은 성직자들을 돌보는 문제는 성직자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교회의 문제이며 교구 차원의 적극적인 돌봄이 필요함을 깨닫게 됐다. 그리하여 참가자들은 시노드에서 만남과 경청의 맥락에서 교구가 성직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직자 개인에게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여, 성직자들이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보여주고 성사 거행과 말씀 선포에 충실하게 해, 교회 공동체가 친교의 원천이 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32. 소그룹 모임을 통해 참가자들은 성령과 함께 사제, 수도자, 평신도 형제·자매들이 고유한 신분과 동등한 품위를 지니고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사명 의식”이 부족하고 그 실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정립이 없었음’에서부터 기인한다고 식별하였다. “개인주의”의 경향으로 나 홀로의 신앙생활에 만족하고 있었고, 이웃과 신앙 안에서 하느님과 맺는 친교보다 사회적 친교 만남을 선호했다. 또한 하느님 말씀과 교회 가르침에 소홀했던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함양하지 못하는 원인이었다고 고백하였다. 일상생활 중에서도 낙태, 자살과 안락사, 사형제도 반대, 환경보호, 세계평화의 증진 등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입장에 대해 그리스도인답게 응답하지 못했음을 성찰했다. 또한 이웃 사랑의 실천과 사회와의 연대활동에 무관심했으며, 지역사회와 기관, 타 종교와의 유대관계를 기피하고, 교회의 선교적 차원에서도 지역사회에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였음을 성찰했다. 그러나 소그룹 모임을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과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고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성장하기 위해 동반자로서 함께 해야 하는 사회, 특히 그중에서도 가난하고 어려움 중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게 됐다.


함께 걷는 이들의 어려움을 깊이 돌아봄

33. 성령께서는 소그룹 모임의 경청과 대화를 통해 동등하고 고유한 품위를 지닌 하느님 자녀의 정체성을 깨달은 참가자들이 그동안 함께하지 못한 이들에게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이게 이끌었다. 특히 노인과 젊은이들, 가난한 이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북한이탈주민이 겪는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먼저 함께 만나고 그들의 어려움과 요청을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깨우쳐주셨다. 시노드 모임은 이제까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이라는 말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경청을 통해 교회가 마주하게 했다. 가난한 이들이 직면한 가난의 형태가 물질적, 정서적, 영적으로 다양한 차원에 걸쳐 있다는 점, 장애인들이 가진 장애의 형태에 따라 겪는 어려움이 다양한 점, 여성이 호소하는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과 여성이 체험하는 사회구조적인 차별을 남성적 시선에서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 성소수자들은 그들의 다양성만큼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주민과 북한이탈주민 역시 교회가 기도문에서 ‘단순히’ 소외된 이들이라고 부르는 것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존재론적이며 실제적인 어려움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도록 초대했다. 그러므로 성령께서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가 어려운 이웃들과 사회의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 그들을 만나고 경청하고 동반하도록 초대하셨다. 


시노달리타스를 통한 양성

34. 성령께서는 시노드 여정을 통하여 시노달리타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양성의 필요성을 깨우쳐 주셨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말하는 능력과 경청 방법, 그 안에서 성령의 말씀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방식에 대한 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시노달리타스 교회 안에서 하느님 백성의 권한과 참여를 확대하고, 교회의 선교사명을 증진시키는 하느님과 교회와의 친교를 위해 성경, 성사, 전례에 관한 교육과 하느님 백성으로 살아가는 올바른 자세에 관한 전반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깨우쳐 주셨다. 또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교회가 아니다. 그러므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방식에 대한 교육의 방법론에서도 교회의 가르침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며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이 교회 가르침의 내용을 함께 읽고 서로 나누고 토론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배우고 가르치며 성장하도록 이끌어 주셨다.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성장을 위한 요청

35. 성령께서는 소그룹 모임을 통해 시노드 교회의 성장을 위해 교구가 함께 검토할 부분을 제안했다. 첫째는 “성직주의”에 대한 회개를 통해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하는 교회로 성장해야 하고, 맡겨진 직무를 통해 사제와 수도자의 역량이 강화되어 교회의 선교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회가 성직자와 수도자의 인사제도와 원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둘째는 본당 공동체가 공동사명에 대한 공동책임을 가지고 매년 초 본당의 사목 계획을 시노드 방식으로 수립함으로써 신자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할 것을 요청한다. 셋째는 본당 운영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는 전 신자의 의견을 경청하며, 신자들이 본당 사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건의함을 설치할 것을 요청했다. 넷째는 교구 사목평의회를 운영하고, 또한 본당 사목위원회의 인선을 할 때 본당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계층의 사목 협조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 방안을 마련하여, 이 과정이 복음적 기준으로 이뤄지게 하자고 제안했다. 다섯째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에 평신도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평신도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연구를 제안했다. 여섯째는 구역‧반 모임, 레지오 마리애를 통해 이루어지는 신심 및 선교활동을 더욱 확장하여 새 전입자와 쉬는 교우들, 고령층과 병자들,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동체의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찾아가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며 물질적‧영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본당 공동체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일곱째, 본당은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교회가 지역사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며 지역사회 활동 자체가 선교와 연결되기를 희망했다. 또한 제안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시노드 제안을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함께 공유함으로써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성장하고 실현되는 지속적인 선순환이 이루어지기를 요청했다. 


결론: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관계’를 새롭게

36.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교구단계 여정 안에서 서울대교구가 체험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핵심은 ‘관계’이다.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를 이루는 세 가지 기둥인 친교, 참여, 사명도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세 가지 ‘관계’를 이르는 다른 표현이다. 하느님과의 친교와 이웃과의 친교나 교회 공동체의 친교와 사회의 친교 모두는 ‘관계’이다. 이 ‘관계’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속성이며, 또한 인간 개별 존재의 고유함을 식별하고, 동시에 존재들이 서로를 향해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신 구원을 세상에 전달하는 교회의 선교 사명 또한 교회가 세상에 봉사하는 첫 번째 ‘관계’이다. 바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관계’를 새롭게 하는 여정이 시노드 교구단계의 여정이었다. 그리고 시노드 교구단계 안에서 서울대교구는 ‘상호 경청’을 통해 시노드적인 ‘관계’를 새롭게 체험함으로써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향한 세계주교시노드의 출발을 준비하였다.


교구단계는 경청의 여정

37. 서울대교구의 시노드 교구단계는 한마디로 경청의 여정이었다. 경청을 통해 경청을 체험하고 배우며 익히는 여정이었다. 경청 안에서 아파하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듣고, 상처를 주고 상처받은 교회를 보았으며, 잊혀지고 외면당한 하느님과 혼란에 빠진 사회와 세상을 만났다. 그러나 경청을 통해 각자의 구체적인 삶 안에 인격적으로 현존하시는 성령을 깨달았고, 성령에 대한 인격적 체험을 함께 나누는 경청을 통해 자신과 이웃 그리고 교회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은총을 체험하였다. 참된 친교는 “전략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형제자매들 사이의 상호 경청으로 이룩되는 것”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교회 제도와 조직에 대한 변화 이전에 개인의 근본적 회심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존중과 배려를 통한 상호 경청을 통해 성령 체험을 나눈 하느님 백성은 더 이상 단순한 시노드 참가자 개인이 아니라,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된 인격적 존재이며, 하느님께서 보내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된 존재이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성령께서 그들의 생활 안에서 구체적으로 현존하시며 동반하시고 이끄시는 특별한 존재이다. 서울대교구는 이러한 특별한 존재인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의 시노드 제안을 마음으로 경청하고 복음의 기준으로 식별하여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가 되어가도록 함께 노력해갈 것이다. 서울대교구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들이 메아리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연구와 계획들을 통하여 교구의 모든 사목 현장에서 실현되도록 준비하고 진행할 것이다. 


경청을 위한 파레시아(담대함)

38.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교구단계를 통해 준비되고 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협의적 차원은 하느님 백성 전체로부터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구성적 차원에서 경청은 개별 교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교회의와 아시아 교회단계를 거쳐 본회의로 이어진다. 시노드 여정을 시작하면서 교회는 하느님 백성을 시노드 여정에 초대하면서 ‘자유롭고 솔직하게, 용감하고 담대하게, 그리스도인과 교회 공동체를 위하여 하느님의 자녀답게 말하는 능력’인 파레시아를 지니도록 요청하였다. 이제 서울대교구는 교구단계를 마무리하면서 앞으로의 시노드 여정을 향해 ‘경청을 위한 파레시아’를 제안한다. 교회의 담대한 경청을 통해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과 시노달리타스 교회와 친교를 맺고, 담대한 경청을 통해 성령의 은총으로 동등한 품위를 지닌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고유한 신분으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이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에 더욱 깊이 참여하고, 담대하고 정성스러운 경청 자체가 이 시대에 교회가 나누는 위로와 치유가 되기 때문이요, 이로써 우리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라는 본질을 살아가는 모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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