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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단계 문서, 무엇을 담았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11 조회수693 추천수0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단계 문서, 무엇을 담았나


교회는 상처 입고 부서진 이들의 쉼터가 되어야 한다

 

 

-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이 10월 27일 교황청에서 대륙별 단계 문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CNS.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은 10월 27일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의 두 번째 단계인 대륙별 단계 문서를 발표했다. 이 문서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첫 단계인 교구 단계 경청 모임 결과를 종합한 각국 주교회의 종합 의견서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다음은 대륙별 단계 문서의 주요 내용과 의미다.

 

총 45쪽 분량의 대륙별 단계 문서를 작성하는 핵심적인 원칙은 하느님 백성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경청하고 반영하며, 나아가 이를 종합해 다시 하느님 백성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느님 백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종합한 이 문서를 다시금 읽고 피드백을 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피드백은 각 대륙별로 이어지는 대륙별 단계 회의를 통해 주어진다.

 

이러한 원칙은 문서에 포함된 주제들을 간략히 살펴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드러난다. 교황청은 교구 단계를 통해 제시된 의견들을 적절하게 필터링하고 취사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충실하게, 있는 그대로 종합하고 있다.

 

이 문서는 2024년까지 이어지는 세계주교시노드의 대륙별 단계의 기초 의안집 역할을 하게 된다. 본회의는 2023년과 2024년 두 번의 회기로 열리는데, 이에 앞서 내년 1~3월까지 각 대륙별로 세계주교시노드 모임이 진행된다.

 

이 문서는 교구 경청 모임이 모두 마무리되고 전 세계 114개 주교회의 중 112개 주교회의가 제출한 의견서, 동방가톨릭교회와 교황청 각 부서, 수도자들과 평신도 단체, 그리고 온라인으로 제출된 의견들을 모두 종합한 것이다. 교황청이 선정한 30여 명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전문가들이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로마 인근 프라스카티에 모여 2주 동안 작업을 진행했다.

 

 

“천막 터를 넓혀라”

 

문서는 전 세계 모든 가톨릭신자들,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모든 세례받은 이들이 지닌 공통적인 존엄성을 재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극단적인 포용’, 즉 어느 누구도 그 천막의 그늘로부터 제외될 수 없다는 단호한 열망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에 따라 문서의 제목은 ‘너의 천막 터를 넓혀라’(이사 54,2)다.

 

이 문서는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교회의 교도권적 가르침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하느님 백성이, ‘신앙 감각’에 바탕을 두고, 성령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체험 속에 포함된 신학적 보화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서는 신학적이라고 표현한다.

 

문서는 지금까지 교황청에서 나온 어떤 문서들보다 가톨릭교회가 현대 세계의 제 문제들과 관련된 가장 종합적이고 솔직한 표현들을 모두 담고 있다. 특히 교회의 가르침과 관행들에 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와 체험, 증언들을 모두 담고 있다.

 

문서에 담긴 하느님 백성의 의견들에는 여성 사제와 부제, 성소수자와 관련된 교회의 입장과 사목적 배려, 성직자 성추행 등, 이전에는 교회 안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되던 많은 주제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러한 의견들의 많은 부분은 이전에는 논의 자체가 금기시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시노드 과정 속에서 교황청의 주요부서 중 하나가 발표한 문서 안에 공공연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주제들로 제시되고 있다.

 

 

교회, 상처 입은 이들의 쉼터가 돼야

 

문서는 미국 주교회의 의견서를 인용해 “사람들은 교회가 완전한 이들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상처 입고 부서진 이들의 쉼터가 되기를 원한다”며 또 “그들은 교회가 자기들이 있는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는 함께 걸어가며, 돌봄을 통해 참된 관계를 건설하는 곳이 되기를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서는 또 교회가 배제되고 소외된 공동체, 즉 가난한 이들, 노인, 토착민들, 이주민과 난민, 거리의 아이들,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 인신매매의 희생자들, 죄수, 인종과 성 차별에 따른 폭력, 성직을 떠난 이들 등에게 기꺼이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

 

아울러 문서는 교회가 온전히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또한 다른 그리스도교 종단과의 교회일치적 협력을 위해 더 깊은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특히 문서는 다른 종단, 이웃 종교, 그리고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 이슈, 특별히 생태환경 문제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더 깊은 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더욱 적극적인 성찬례에의 참여, 사제들의 충실한 강론 준비,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 전 세계적인 사제성소 부족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교회 안의 여성

 

교회 안의 여성 문제는 문서가 가장 많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주제다. 실제로 전 세계 모든 교구의 의견서에서 예외 없이 지적된 것이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책임, 위상 문제다.

 

문서는 “여성은 교회 안에서 전례와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남성은 소수”라면서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의사 결정과 교회 운영의 책임은 주로 남성들에게 맡겨져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교회가 남성을 더 많은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고, 여성이 교회 생활의 모든 수준에서 더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뉴질랜드 주교회의 의견서를 인용, “교회 안 여성이 겪는 불평등은 현대 교회가 직면한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 남녀 수도장상연합회들은 “의사 결정과 교회 언어에 있어서 성 차별이 교회 안에 명백하다”며 “여성들은 의미 있는 역할에서 배제되고 직무와 봉사에 걸맞는 공정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서는 진지하게 고려돼야 할 것 중 하나는 교회의 통치 구조 안에서 여성의 책임, 여성 부제, 나아가 여성 사제품 문제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관해 문서에는 여성의 성품 문제와 관련해서는 매우 다양한 의견이 피력됐다며, 일부 주교회의는 여성에게도 사제품이 허용돼야 한다고 지적한 반면 다른 주교회의는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여성부제 연구위원회를 설치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해체됐고, 2019년 아마존 세계주교시노드 후속작업으로 이어진 두 번째 연구위원회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 단계

 

문서는 논의 주제로 떠오른 다양한 주제들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시노달리타스가 특정 주제들에 집중하는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교회가 되는’ 새로운 과정 또는 길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문서는 교황청의 중앙집중적 관료체제, 교회법, 전례, 그리고 사제와 수도자의 양성 과정 등에 있어서도 변화가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세계주교시노드는 내년 1~3월 대륙별 단계에 들어간다. 각 대륙별 회의가 끝나는 3월에는 다시 대륙별 종합 문서가 작성, 제출되고 이는 2023년 본회의 첫 회기에서 다룰 의안집 작성의 기초자료가 된다. 의안집은 6월까지 작성된다.

 

[가톨릭신문, 2022년 11월 6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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