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륙회의를 위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 서론 1. “너의 천막 터를 넓혀라”(이사 54,2). 이번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체험하면서 한국 교회가 느낀 것은 먼저 고마움이었다.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이하 대륙별 문서)를 통하여 한국 교회의 하느님 백성은 시노드 여정 안에서 보편 교회와 지역 교회가 함께 가고 있음을 체험했다. 지역 교회 공동체의 목소리가 보편 교회 안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으며,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 여정을 시작하며 첫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노드 과정을 통하여 하느님과 살아 있는 교회 안에서 여러 계층의 제안과 요청을 수용하는 것이 곧 자신의 체험인 동시에 보편적인 체험임을 확인하였다. 이것은 우리에게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재성찰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었다. 2. 한국 천주교회는 대륙별 문서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모든 교구에 제공하였고, 대륙별 문서 제106항 질문에 대한 응답을 접수하였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중앙사무국의 요청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 종합 의견서를 작성하고자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작성팀을 구성하여 각 교구의 답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것을 바탕으로 중심 주제어를 선정하고, 이에 관하여 의견을 나누고 경청하며 식별하여 본 문서를 작성하였다.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전문가로 구성된 문서 작성팀은 대륙별 문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 교구들의 솔직한 목소리에 경청하며, 시노드 여정을 살아가는 교회의 체험을 함께 나누고 희망을 가졌다. 문서 작성팀은 교회의 용기와 희망뿐 아니라, 상처와 아픔, 어두움 등을 직시하며 이 문서를 작성하였다. 기도의 분위기 안에서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를 읽은 뒤, 여러분 대륙에서 교회의 체험과 구체적인 현실에 가장 강하게 반향을 일으킨 통찰은 무엇인가? 어떠한 체험들이 여러분에게 새로운 것이거나 빛을 비추어 주는가? 3. 한국 교회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받은 품위의 동등성과 직무의 다양성을 기초로 하는 하느님 백성 교회론의 전망 안에서, 교회 공동체가 직면한 도전 과제에 ‘함께’ 귀를 기울이고, 이를 자신의 소명과 사명에 비추어 성찰하면서 함께 기쁨을 얻었다. 또한, 하느님 백성으로서 우리는 다양성 안에서 일치의 시작이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고 드리는 기도와 성사 안에서 샘솟음에 공감하였다. 4. 한편 대륙별 문서에서 나타나는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방해가 되는 문제점들에도 공감하였다. 성직자 의존주의와 성직자 권위주의는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것들은 하느님 체험 부재의 결과이고,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를 어렵게 하며 하느님 자녀로서의 품위를 상실하게 만든다. 그리고 성직 중심주의로 평신도들이 위축되어 활력을 잃는 것도 분명하지만, 사실은 직무자들 스스로 안주하게 되고 고립되고 있다는 점도 대륙별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교회가 친교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 22,27)라는 말씀처럼 성직자들이 먼저 스스로를 낮추고 본분에 충실하며,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도출된 또 다른 문제점은 소통과 관련된 것으로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이 형식적으로 흐를 수도 있음을 체험하였다는 것이다. 이번 교구 차원의 시노드에서 전반적으로 주교와 사제들이 다양한 교회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발언을 하기보다는 듣는 자세를 주로 견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교회 안에서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소통의 부족 문제와 주교와 사제 사이의 소통의 부족 문제는 교회 안에서 참되고 충분한 친교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서 비롯되며 이 결핍의 원인 중 하나는 아마도 권위에 대한 왜곡된 이해, 곧 권위주의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신학교에서의 사제 양성이 소통과 대화, 존중과 신뢰의 분위기와 방식 안에서, 다시 말해 시노달리타스의 영성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필요성이 요청된다. 5. 시노달리타스는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기에 평신도 양성 또한 필수적이라는 통찰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안타깝게도 세속적 모습이 교회 안에서 뚜렷한데, 많은 평신도가 세상의 척도에 따라 살고, 세상이 주는 기쁨을 얻으려 하며, 교회 안에서마저 세상의 흐름을 따르려 한다. 이것은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평신도는 사목자와 함께 가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에서 어떻게 신앙 감각 안에서 성령의 뜻을 식별하고,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깨달으며, 더불어 그 안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평신도 고유의 소명을 수행할 것인지 배워야 한다. 6. 한국 교회 또한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합당한 조직 구조와 설정, 그 조직의 원활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교회 활동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동안 평신도들이 교회 제도 안에서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사목 평의회와 사제 평의회, 재무 평의회를 비롯한 교회 내의 크고 작은 조직 안에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 평신도를 교회의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며 공동 책임과 공동 사명을 수행하도록 존중해야 한다.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제도 주교회의의 증언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우리가 본당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우리는 모여서 공동체 안의 모든 사람의 제안을 경청하고, 함께 결정하고 결정한 바를 함께 실천해 나간다”(「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 66항). 이러한 경험이 본당과 지역 교회를 활력 있게 만든다. 각 개별 교회는 평신도들의 책임감 있는 참여를 활성화하는 합당한 방안을 찾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7. 지난 8월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에 제출한 한국 교회의 종합 의견서에는 지금의 교회 모습에 대한 실망과 비판의 표현이 많은데,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륙별 문서를 읽으면서 그 모든 비판도 교회에 대한 관심과 사랑 때문이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교회를 사랑하는 하느님 백성의 충실한 신앙으로 교회는 성장하고 발전한다. 다른 지역 교회와 보편 교회 차원에서도 하느님 백성의 교회를 향한 위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랑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부어주신 것으로, 교회 현실 안에 부정적인 것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계속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8. 이렇게 성령께서 부어주시는 사랑과 희망의 힘으로 시노달리타스를 살고자 노력한다면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에도 빛을 비출 수 있다. 한국의 초대 교회는 200여 년 전 신분제가 엄격했던 왕조 시대에도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서로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존중했던 위대한 모범이 있다. 시노달리타스는 초대 한국 교회의 이 위대한 전통을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걷는 이는 이웃을 존중하고 경청하고 대화하며 선을 북돋울 줄 안다. 교회 안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먼저 묻고 의견을 구하고 경청하면서 결정해 나가는 문화가 조성된다면, 이는 한국의 문화를 다시 드높이는 표본이요 자극이 된다. 이러한 시노달리타스 문화의 확산은 선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9. 이제 우리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의 첫걸음을 떼었고,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교회 전체가 함께 걸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으며, 이 여정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삶 안에서 계속되기를 모두가 희망하고 있다.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를 읽고 기도 안에 머무른 뒤, 여러분 대륙의 전망에서 볼 때에 특별히 중요하게 부각되는 본질적인 긴장 또는 차이는 무엇인가? 이에 따라 과정의 다음 단계에서 직면하고 고려해야 하는 사안들이나 질문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10. 「대륙별 문서」를 읽고 한국 교회 안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첫 번째 긴장은 영성의 결핍이다. 시노달리타스 여정은, 무엇보다 기도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여정의 진정한 인도자는 성령이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분히 기도하고 성찰하지 못한 채 머리로만 시노달리타스 의제들을 이해하고 논의하다 보니, 한국 교회에서 시노달리타스 여정은 여전히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한 회의 정도로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교회 구성원이 이 여정을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영성의 결핍은 시노달리타스 여정뿐 아니라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교회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친다. 매우 짧은 기간에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지만, 정서적·영적 결핍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이들과 함께해야 할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하느님 백성이 먼저 말씀과 성사의 은총으로 살아가고, 기도와 신앙의 힘으로 하느님께 다가가는 방식을 익혀야 한다. 11. 두 번째 긴장은 복음적 가난과 공동체 정신에 대한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교회의 세속화된 모습에서 발견된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개인주의, 소비주의, 물질만능주의 문화가 교회에 유입되어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사제들의 개인주의 문화와 청빈을 벗어난 삶은 그들을 고립감과 외로움에 빠지게 하며, 시노달리타스 여정에서는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시각과 망설이는 태도를 보이게 한다. 수도자 역시 개인주의와 소비주의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고, 평신도들도 현대 사회의 그러한 풍조와 물질만능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심지어 신앙생활을 소비생활의 일부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한국 교회는 복음적 가난을 실천하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며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도록 요청받는다. 12. 세 번째 긴장은 한국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권위주의 문화이다. 이것은 하느님 백성이 공동의 사명을 인식하고,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예컨대, 평신도가 단순히 사제의 보조자로 인식되어, 설령 자신들에게 어떤 주도적 역할이 주어진다 해도 맡고 있는 공동체의 관리와 임무수행에서 어려움을 겪는 평신도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한국 교회 안의 사제와 평신도 간의 경직된 수직적 관계는 대다수의 평신도가 교회 안에서 능동적 역할을 체험할 수 없게 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책임이 부여되면 이들은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회피한다.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는 한국 교회에서 간혹 전체주의적 성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합의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칫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지 못하고, 소외시키거나 배제할 수 있다. 특히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제와 평신도 사이에, 혹은 사제들과 교구장 주교 사이에 충분한 의사 표현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공동체에는 사제 중심적 혹은 주교 중심적 경향이 나타난다. 한국 사회 안에서 왜곡된 유교 문화가 교회 안에서 남성 중심 문화로 드러난다. 이는, 남성인 사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 혹은 사제의 가부장적 태도로 나타나며, 평신도 사이에서는 왜곡된 성 역할 구분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결정은 남성이 하고 여성은 그 결정된 바를 실행하기만 한다거나, 단체의 책임자는 남성이 맡고, 여성은 드러나지 않는 봉사에 임하는 정도의 역할 구분이 존재한다. 때로는 여성 스스로 여성의 역할을 보조자로 규정하고, 같은 여성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13. 다음으로 교회 안의 약자들과 관련된 긴장이다. 한국 교회 안에서 가난한 이들, 노인들, 여성들에 대한 경청은 지속해서 제기되어왔다. 교회의 상처는 세상의 상처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교회는 세상과 교회로부터 배척당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외침을 최대한 경청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경제 성장과 함께 교세를 확장해온 한국 교회가 어느새 ‘중산층의 교회’가 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세상에서 상처받은 이들과 함께 걷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하여 그들을 충분히 품지 못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질적으로만이 아니라 영적으로도 가난한 이들을 향한 우선적 선택 곧 구체적 영성적 돌봄 체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대륙별 문서에도 나왔던 교회 안의 약자들이 한국 교회에서도 우리의 관심과 돌봄을 요청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받는 이들이 교회에서도 차별받고 배제되는 현실을 직시하며, 한국 교회는 그들의 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을 복음의 정신으로 환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혼 후 재혼한 교회법적 혼인 장애에 속한 신자들과 성소수자들은 교회 구성원들에게 차별받고 있으므로 특별한 돌봄을 필요로 한다. 14. 마지막으로 아시아 대륙은 다양한 문화, 언어, 종교가 공존하는 곳인 동시에, 종교 간 갈등, 극심한 빈부 격차, 정치적 억압과 독재, 군사적 긴장, 잦은 분쟁 등으로 인간 존엄성이 크게 위협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특별히 아시아 대륙은 ‘평화’와 ‘일치’가 필요한 곳이기에 아시아 대륙 지역 교회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연대’는 큰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며, 또 아시아에서 급속도의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로서 여러 저개발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많은 이주민이 유입되고 있기에, 이러한 ‘연대’의 필요성을 현실에서 절감하고 있다. 많은 이가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거기에는 적잖은 긴장과 저항도 존재한다. 다름을 존중하지 않고, 이주민과 난민을 배척하며, 군비 경쟁을 벌이고, 가난한 이웃 나라에 무관심하며, 특정 종교를 향한 혐오를 표현하는 우리의 모습들이 그러한 긴장과 저항을 반영한다.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걸어가는 아시아 대륙의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나라와 민족의 안위만을 지키려는 유혹을 넘어서, 보편적 ‘형제애’와 ‘연대’를 실천하여 아시아 대륙의 평화와 일치에 이바지하기를 희망한다. 앞의 두 질문에서 나온 답변을 살펴보면서, 2023년 10월에 열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차 회기에서 전 세계의 다른 개별 교회와 공유할 수 있는, 그리고 논의할 수 있는 우선 사항들, 반복되어 나타나는 주제들, 그리고 행동이 요청되는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15. 시노드를 개최한 것으로 시노달리타스를 모두 실현한 것으로 여긴다면, 시노드 결과는 또 하나의 문서로만 남을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신자가 시노달리타스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적지 않은 사목자들이 신자들에게 시노달리타스를 어떻게 설명하며,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주교, 사제, 수도자와 신자들이 시노달리타스의 의미와 영성을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대한 보편 교회의 요청은 사목자에게든 신자에게든 ‘위에서 내려오는’ 또 하나의 과제로만 여겨질 위험이 있고, 시노달리타스 정신의 핵심인 ‘자발성’이 약화된다.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목자와 신자들의 삶의 자리에 대한 상호 경청과 인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구성원들의 공통된 인식과 공감이 전제될 때 공동의 사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각 지역 교회에서 다양한 수준의 공동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세계주교시노드에서도 다양한 영역에서의 광대한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아시아 상황을 경청한 후 이 대륙에서도 좀 더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을 제안해 주기 바란다. 16.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지속적 교육과 양성은 구체적으로 교회의 모든 구성원, 곧 평신도와 신학생, 그리고 사제들에 대하여 각기 고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평신도들은 말씀과 성사의 은총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뿐 아니라 자신들이 단순히 은총의 수혜자, 가르침의 대상자, 사제들의 보조자가 아니라 교회의 사명에 있어 능동적 주체임을 알고 책임감을 갖도록 양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그들은 시노달리타스 여정의 동반자인 사목자들과 수도자들의 고유한 직무와 역할도 이해하고, 그들의 상황에 대한 경청과 공감을 통해 교회 안에서 함께 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있어 사목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에, 신학생들이 시노달리타스를 실제로 삶에서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양성 분위기와 방법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신학교 생활에서 환대, 상호 경청, 소통, 그리고 협업을 체험할 수 있다면, 사제가 되었을 때 신자들과의 관계에서 환대와 경청, 소통을 기초로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가는 것이 수월할 것이다. 사제들은 신학교에서 오랜 기간 양성을 받은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직무를 통해 완덕을 향해 나아가는 그리스도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들도 신학적 지식과 영성, 의식에서의 발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지속적 재교육의 기회, 특히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론과 방법에 대한 교육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제는 자신의 건실한 견해와 제안이 주교와 신자들에게 경청되는 체험을 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보편 교회의 요청이 사제에게 또 다른 버거운 부담이나 과제가 아니라 동료 그리스도인과 함께 가는 기쁜 여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17.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저마다 제 몫으로 참여해야 하므로 각 구성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노달리타스 여정에서 주교의 시노달리타스 실행 의지와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주교들이 개별 교회에서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일상화하고 대화와 소통의 문화를 제도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교들은 개별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의 소리를 경청하여 수렴할 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소리와 요청에 기꺼이 귀 기울이고, 그에 대한 사목적 응답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지역 사회의 특수한 사정들과 현안들을 살피고, 지역 사회의 노동자와 농민, 어민, 젊은이들, 사회적 약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과 동행하는 교회로서 살아가는 것은 시노달리타스의 교회를 실현하기 위한 길이기도 하다. 직무 사제는 성품성사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한편, 평신도의 고유한 은사와 직무, 또한 그들이 사목자와 공유하고 있는 공동의 사명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숙고하고 이 일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 결정 및 운영 과정에서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성직주의의 위험을 경계해야 하는데, 성직주의는 결과적으로 신자들을 지나치게 사제에게 의존하게 만들거나 교회 공동체 일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게 하거나, 혹은 수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성직주의가 각 나라마다 그 원인과 양상이 다르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유교 문화, 혹은 오랜 군사독재를 경험한 몇몇 아시아 국가의 경우 남성 중심 문화의 영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삶의 자리를 고려하면서 성직주의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평신도들이 능동적으로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품위를 올바로 인식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개별 교회에서 평신도 신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보편 교회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평신도들이 교회 활동과 운영에 책임감 있게 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적 여건도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교회 안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교회의 경우 남성 중심의 기존의 교구 및 본당의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본당의 상임위원회와 각종 평의회를 비롯한 중요 위원회에서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들이 이 조직들에서 지도자로서 봉사할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교회의 삶과 생활에서 능동적 주체로서 참여하도록 하려면 청소년 사목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고, 여기에서 그들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 기구가 본당 혹은 교구의 사목 평의회와도 긴밀히 연결됨으로써 청소년과 청년, 어른들이 모두 함께 가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이 가능할 것이다. 남녀 수도자들의 활동은 교구와 본당 그리고 문화 안에서 역동적으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개별교회의 변화하는 현실 안에서 본당에서 활동하는 전교 수녀의 역할을 과거와 달리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러 교회 기관에서 활동하는 수도자들은 그 역할이 ‘관리자’ 혹은 ‘값싼 노동력의 대상자’로 인식되므로 교회 구성원들은 수도자들의 고유한 카리스마를 존중하고, 수도자들 또한 자신의 카리스마를 현대 사회 안에서 새롭게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18.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는 것은 오늘날 세상의 사회, 경제, 정치, 생태 환경 등의 문제에 교회가 관심을 기울이며 공동선과 정의, 연대와 평화를 위한 실천에 참여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시노드 여정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듯하다. 교회는 올바른 식별을 통해 끊임없이 이러한 긴장감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시노드 여정 가운데 다뤄진 교회의 현실적 문제점들에 대한 언급들은 단순히 현상의 변화를 촉구하는 지적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 교회에서 소외되어 온 이들에 대한 성찰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 그리고 노인뿐 아니라 교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이혼자들 그리고 재혼자들도 교회 안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교회의 구성원이 이들을 기쁘게 환대할 수 있도록 교회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교회는 ‘숨어버린 신자’로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을 환대하고, 이들이 교회를 안전한 공동체로 인식하도록 도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교회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만이 아니라, 그들을 함께 걷는 여정의 동반자로 포용할 수 있는지를 심사숙고하여 그 구체적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19. 시노달리타스 실현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 중의 하나는 권위주의로서, 이는 성직자들만이 아니라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권위주의는 특히 결정하고 운영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교회 안에서 권위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권위주의는 극복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적 권위의 의미에 대한 참된 이해와 더불어 상호 존중과 경청이 중요하다. 특히 결정과 교회 운영이 시노달리타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교회법적 차원에서의 논의도 제안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교구 사목 평의회를 의무로 규정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또한, 제도적 장치들의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맥이나 사회적 혹은 재정적 상황이 아닌 교회 정신과 전문성을 근거로 구성원이 선출되어야 하며, 결정 과정과 결과에 있어 투명성과 개방성은 필수적이다. 세계주교시노드는 이러한 제도적 요소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논의해 주기를 바란다. 결론 20. 참여와 친교를 통해 공동의 사명을 지닌 하느님 백성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안에서 각자의 은사를 체험하고 수행함으로써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한다. 한국 교회는 이번 대륙별 문서 제106항 질문에 각 교구의 의견을 종합하고, 식별하는 가운데 지역 교회를 넘어 보편 교회와 함께 살아 숨 쉬는 교회의 모습을 희망하였다. 한국 교회의 하느님 백성은 무엇보다 교회를 이끄시는 성령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특별히 교회 안의 소외된 이들과 함께 동반자로서 이 여정을 걸어갈 것이다.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30203?gb=K1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