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7개 대륙별 회의 단계 마무리 (상)
7개 대륙별 지역 현안과 목소리 정리, 시노드 총회를 향해 가다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회의 단계가 지난달 31일 공식 종료됐다. 대륙별 회의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중동 등 7곳에서 회의가 열렸다. 그 결과를 정리한 7개의 최종문서가 만들어졌고, 이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됐다. 최종문서들은 오는 10월 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서 사용할 제2차 의안집 제작에 사용된다. 20일 로마에서 열린 7개 대륙에서 제출한 최종문서 분석 결과, 기자회견과 각 대륙회의 최종문서 내용 등을 바탕으로 두 차례에 걸쳐 세계주교시노드 대륙 단계 과정을 돌아본다. 식별 과정의 심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사무국장 나탈리 베카르 수녀는 20일 7개 대륙에서 제출한 최종문서 분석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대륙별 시노드 단계를 ‘식별 과정의 심화’였다고 설명했다. 베카르 수녀는 “대륙별 단계는 시노드 과정에서 가장 혁신적인 측면을 보여줬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대륙별 회의를 거치며 지역 교회 차원에서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그 결과 식별 과정이 더욱 심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륙별 회의는 시노드 과정의 기본 정신인 포용성을 넓히고 체험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호주 주교회의 의장으로 기자회견에 함께한 퍼스대교구장 티모시 코스텔로 대주교는 오세아니아 대륙 간 회의 과정을 돌아보며 “첫 회의 때 각 지역 교회의 스타일과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어 코스텔로 대주교는 “시노드 경험은 교회 내에 엄청난 다양성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축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획일성에 기반을 두지 않는 ‘심오한 통일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 아프리카 대륙회의에 참여한 주교, 사제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ECAM 제공
대륙별 회의는 개별 지역 교회가 각자의 관심에 대해 논의하며 지역 교회 간 대화의 창구를 여는 기회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베카르 수녀는 오세아니아 교회의 해양 보호 운동, 중동 교회가 직면한 탄압과 위기 등을 언급하며 “대륙 단계를 거치며 만들어진 대화 창구를 통해 지역 교회 간 협의와 연대를 촉진할 수 있고 이는 앞으로의 희망을 찾아가는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주교시노드는 복음 선포라는 교회의 사명을 이행하기 위해 지역 교회ㆍ보편 교회가 직면한 현실과 앞으로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다. 대륙별 회의에서도 교회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여성과 청년 등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이야기한 의견이 많았다. 미국 주교회의와 캐나다 주교회의 등이 참여해 이뤄진 북미 대륙 회의에서는 공동체 내의 세대 간 격차와 긴장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경청에 바탕을 둔, 보다 포용적인 교회가 될 것을 강조했다. 교회 내의 갈등 극복에 먼저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는 최종문서를 통해 “교회 내에서 여성의 역할과 의사 결정 과정 내에서 여성의 더 큰 참여를 유도할 구체적이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대륙회의에서는 교회 활동에 여성들의 참여가 중요함에도 여성들이 부차적인 위치에 놓이거나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지역도 있다고 지적하며, 여성의 역할에 대한 존중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남미 주교회의는 “여성의 참여는 희망의 요소”라며 “10월에 열릴 정기총회에서 관련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국장 나탈리 베카르 수녀가 20일 열린 대륙회의 최종문서 종합 회의 결과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OSV
이번 시노드가 여성·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기회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동 교회는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들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노력했다”면서 “시노드 과정은 결국 이처럼 소외된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교 간의 대화에 가톨릭교회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프리카 주교회의는 “아프리카에서 종교는 갈등의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교회가 평화 증진의 열망을 바탕으로 종교 단 대화 촉진에 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 간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아시아와 중동 교회 역시 종교 간 충돌로 인한 피해와 미래에도 이어질 갈등을 우려하며 관련 내용을 최종문서에 포함해 제출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는 현재 7개 대륙에서 보내온 최종문서를 종합해 제2차 의안집을 제작하고 있다. 제작된 의안집은 오는 5월 말 공개될 예정이다. 베카르 수녀는 “시노드 과정이 다양한 문화와 상황에서 하나의 교회가 되는 방법을 분별하고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의안집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노드 과정에 있어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코스텔로 대주교는 “시노드 여정은 이미 진행 중인 과정”이라며 “다양한 단계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결론을 향한 여정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4월 30일, 장현민 기자] 세계주교시노드, 7개 대륙별 회의 단계 마무리 (하)
주교시노드, 여성·청년·평신도에게 투표권 준다
세계주교시노드 대륙 간 단계가 3월 말 마무리됐다. 개별 지역 교회들은 아시아,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유럽, 중동,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대륙별로 모여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에 맞춰 교회의 현안을 논의했다. 각 대륙은 논의한 내용을 정리한 최종문서를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했다. 7개 대륙회의 최종문서(Final Document) 내용과 교황청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 열릴 주교시노드 정기총회의 모습을 전망해본다. 사제, 부제, 수도자, 평신도 참여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4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에 주교뿐만 아니라 사제와 부제, 수도자, 평신도 등 ‘비(非) 주교(Non-bishop)’ 교회 구성원들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크 추기경과 올러리슈 추기경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는 주교 외에 사제와 부제, 수도자, 평신도 등 70명이 참여하고, 이 가운데 절반은 여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번에 참여하는 사제와 부제, 수도자, 평신도 70명 전원에게는 주교시노드 투표권이 부여된다. 이번 총회에는 4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 가운데 370여 명이 정기총회 투표권을 부여받을 예정이다. 투표권을 보유하는 참여자 가운데 20%에 가까운 인원이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되는 것이다. 정기총회에 참여할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택하게 된다. 먼저 유럽주교회의연합회(CCEE), 라틴아메리카주교회의(CELAM),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주교회의 심포지엄(SECAM),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오세아니아주교회의(FCBCO), 미국과 캐나다주교회의 등이 참여한 북아메리카 대륙회의, 동방가톨릭교회총대주교좌연합 등 7개 대륙에서 140명을 추천하고, 이 가운데 절반을 교황이 뽑는 형태다. 두 추기경은 참여할 인원을 선정할 때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주교시노드에 대한 이해도, 시노드 참여도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레크 추기경과 올러리슈 추기경은 각 대륙에 추천할 인원의 상당수를 청년으로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 유럽 대륙회의에 참석한 주교와 사제들이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CCEE 제공 처음으로 여성 투표권 부여 이번 결정에서 여성에게 시노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앞선 주교시노드에서 여성이 참관인으로 참여한 사례는 있지만, 시노드 투표권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추기경은 이번 결정 배경에 대해 “우리의 세계가 이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결정이 혁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교가 아닌 이들의 참여로 모든 하느님의 백성과 사목자 간 대화의 분별력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며 “이번 변화를 통해 교회는 더욱 완성될 것이고 이들이 교회를 대표하는 것은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황청의 결정은 7개 대륙회의에서 최종문서를 통해 제안한 내용과 연결된다. 앞서 각 대륙은 최종문서를 통해 ‘포용성과 환대’라는 시노드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성의 확대, 즉 ‘천막으로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여성과 청년은 물론 장애인과 미혼 부모, 재소자, 성 소수자 등 사회와 교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모든 이들에 대한 포용을 강조한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주교회의가 “세례받은 모든 이들은 평등해야 한다”는 말로 소외당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배려를 촉구한 게 대표적이다. 아시아 대륙회의는 신발을 벗고 실내에 들어가는 아시아의 문화적 관행을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의 인식으로 해석하며 ‘포용주의’를 시노드 정신의 핵심으로 설명했다. 북미 대륙회의는 소외당하는 이들에 대한 경청을 강조했고,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중동 대륙회의 역시 한목소리로 ‘천막의 확장’을 이야기했다. 유럽주교회의는 최종문서에서 “교회가 다양성을 지향하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 교회에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각 대륙회의는 교회 내에서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천을 강화해야 함을 이번 세계주교시노드의 핵심으로 꼽았다. 포용성 확대는 물론 생태 문제와 선교, 전례, 종교 간 대화 등 개별 대륙회의에서 제안한 논의사항들은 궁극적으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라는 주제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각 대륙회의가 주교시노드 과정을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로 평가하며 정기총회에서 이를 우선으로 다룰 것을 제안한 이유다. 각 대륙은 최종문서를 통해 주교시노드에 대한 기대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유럽 대륙회의는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해석과 실천의 심화’를 우선 논의 대상으로 언급하고 “교회의 본질을 재발견하는 기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북미 대륙회의는 지금까지의 시노드 과정을 “현대 교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로서 시노달리타스를 받아들이고 강화하는 과정”으로 평가하며 “우리는 여기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 전했다. 아울러 중동 대륙회의는 주교시노드를 거치며 보편 교회는 물론 개별 지역 교회까지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높아질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그 과정을 거치며 쇄신된 교회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5월 7일, 장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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