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단과 주교회의 교회 용어에 관하여 마지막으로 쓰는 이 글에서는 주교회의에 관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다음에도 주교회의의 정체성에 관한 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는 1998년 5월 21일에 발표하신 "주교회의의 신학적 법률적 성격에 관한 자의 교서"(Apostolos suos)를 통하여 그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히셨습니다. 이 교서와 "교회헌장"의 가르침에 따라, 여기에서는 사도단과 주교단, 주교회의와 전체(국가) 공의회를 구분하여 보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우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사단법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와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를 설명하겠습니다. 사도단과 주교단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도록 파견하시려고 열두 사람을 부르셨는데, 그 사도들을 확고한 단체 또는 집단의 형태로 세우시고, 그들 가운데에서 선택하신 베드로를 으뜸으로 삼으셨습니다. 사도들은 독자적으로 선택되어 파견된 것이 아니라 열두 사도라는 단체의 일원으로서 파견된 것입니다. 복음서에서는 "열두 제자의 하나"라는 표현을 되풀이하여 이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사도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전파할 사명을 맡겨 파견하셨으며, 최후의 만찬 때에는 사도들의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셨습니다. 부활하신 뒤에 주님께서는 베드로의 최고 사목 직무를 거듭 확인하시고, 하느님 아버지께 받은 당신의 사명을 사도들에게 위임하셨습니다. 오순절의 성령 강림으로 사도단은 새로운 활력에 넘쳐 복음을 선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초기 공동체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들으며 일치된 생활을 하였고, 사목 문제에 관한 사도들의 결정을 받아들였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열린 사도 회의(이를 최초의 공의회라고도 합니다)는 자신들이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을 이루고 있다는 사도들의 자각을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구원 사명은 세상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사도들은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이 사명을 수행하고자 후계자들을 선정하였으며, 주교들은 교회의 목자로서 신적 제도에 따라 사도들의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도 계승은 특정 사도의 자리를 혼자서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목자인 주교들이 사도들의 지위를 단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사도단이 곧 주교단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 둘이 그 성격이나 구조에서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고, 다만 비슷하다고 하여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정하신 대로, 거룩한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이 하나의 사도단을 이루듯이, 비슷한 이치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도 서로 결합되어 있다. 전세계에 세워진 주교들이 일치와 사랑과 평화의 유대로 서로 교류하고 교황과 친교를 이루던 매우 오랜 옛 규율과 공의회 모임 자체가 주교단의 단체적 본질과 특성을 드러내 준다. 그러나 주교단은 동시에 그 단장으로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더불어 이해되지 않을 때에는 권위를 가지지 못한다"(교회헌장, 22항). "교회헌장" 끝에 붙여진 사전 설명 주석에서는 주교단의 의미에 대하여, 그리고 사도단과 주교단의 비례 관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단체'(Collegium)는 '엄밀한 법률적 의미로'(sensu stricte iuridico) 이해되지 않는다. 곧 자기 권력을 자신의 단장에게 위임하여 버린 평등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그 조직과 권위를 계시에서 이끌어 내야 하는 확고한 집단(Coetus)에 대한 의미로 이해된다. 그 때문에 주님께서 열두 사도들을 '확고한 단체 또는 집단의 형태로' 세우셨다고 명백히 말한다. 같은 이유에서 주교들의 단체(Collegium)에 대하여 '단'(Ordo) 또는 '집단'(Corpus)이라는 말도 여기저기에 쓰인다. 한편으로 베드로와 사도들, 또 다른 한편으로 교황과 주교들 사이의 병행 비교는 사도들의 특권이 그 후계자들에게 전수된다는 의미도 아니고 또 분명하거니와 단체의 단장과 구성원들 사이의 '평등'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첫째 관계(베드로-사도들)와 둘째 관계(교황-주교들) 사이의 '비례'(proportionalitas)만을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제22항(위 밑줄 부분)에서 '동일한'(eadem)이 아니라 '비슷한'(pari) 이치로 쓰도록 결정하였다." 공의회 이후의 문서들에서는 주교단을 가리킬 때에 "단체"(Collegium)라는 말을 쓰고, 주교들의 회합을 가리킬 때에는 주로 "집회"(Coetus)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주교단과 그 친교는 주님께서 세우신 보편 교회의 본질적인 또는 존재론적인 요소이며, 주교회의는 법률적인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나라나 지역의 주교들을 집합적으로 일컬어 "주교단"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며,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그를 으뜸으로 한 전세계의 주교들을 함께 일컬을 때에만 "주교단"이라고 하여야 합니다. 교황은 주교들의 일치는 물론 신자 대중이 이루는 교회 일치의 영구적이고 가시적인 근원이며 토대이며, 개별 주교들은 자기 개별 교회 안에서 일치의 가시적인 근원과 토대가 됩니다. 보편 교회의 모습대로 이루어진 개별 교회들 안에 또 거기에서부터 유일하고 단일한 가톨릭 교회가 존재합니다. 보편 교회는 단순히 지역(개별) 교회들의 집합이 아니라 모든 개별 교회에 존재하는 사랑의 유기체입니다. 따라서 개별 주교들은 자기 교회를 대표하고 모든 주교는 교황과 더불어 평화와 사랑과 일치의 유대 안에서 온 교회를 대표합니다(교회 헌장, 23항 참조). 그러므로 교회 곧 신자들의 대표는 주교입니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의 회장이 전국의 신자들을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평협 회장이 "전국의 2백만 평신도"를 대표하기도 하고, 제5공화국에서는 전국의 천주교 신자 대표로서 전국구 국회의원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평협은 여러 가지 사도직 단체의 대표들이 임의로 만든 사립 단체일 뿐입니다. 주교는 성직자 대표이고 평협이 신자들의 대표라는 도식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치프리아노 성인의 말씀대로, 교회 안에 주교가 있고 주교 안에 교회가 있습니다. 주교회의 주교들은 교황과 또 그를 으뜸으로 한 주교단 안에서 다른 주교들과 친교를 이루며 하느님의 백성을 가르치고 거룩하게 하고 다스리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지역 공의회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교회는 역사적 문화적 사회학적 이유로 현대 국가들이 생겨난 19세기부터 여러 나라에 주교회의가 설립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교회의는 교회의 다양한 공통 관심사들에 대처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목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역 교회들이 국가 교회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자 국가별 주교회의를 세우지 못하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주교 교령"에서 유서 깊은 지역(전체 또는 국가) 공의회 제도를 부활시키려는 바람을 드러내며, 주교회의에 관한 규범을 정하였습니다.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국가나 지역의 주교들이 한 회합에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지혜와 경험의 빛을 나누고 의견을 모아, 교회의 공동선을 위하여 힘을 합치는 거룩한 결속을 이루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고 여긴다."(37항)고 하면서, 주교회의의 정의, 구조, 권한과 협력(38항)에 관한 규범을 제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주교회의에 관한 쟁점들, 곧 단체성, 권위의 위상, 교도권 등에서 주교단과 주교회의의 관계가 명확하게 규정되지를 못하였습니다. 주교단과 주교회의의 단체성의 차이에 따른 실천적 귀결이 무엇인가? 주교단은 그 으뜸인 교황과 더불어 보편 교회에 대한 완전한 최고 권력의 주체이지만, 주교회의는 그러하지 못합니다. 주교회의가 각 교구장과 사도좌 사이에 있는 중간 기구인가? 주교들은 개별적으로 또는 주교회의나 개별 공의회에 모여서 가르칠 때에 무류성은 지니지는 않지만, 자기들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가르치는 신앙의 유권적 스승입니다. 여기에서 각 교구장의 교도권과 주교회의의 교도권 사이에 있는 관계는 무엇인가? 그래서 공의회 폐막 20주년을 계기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2차 임시 총회(1985)는 "주교 교령" 38항과 교회법 제447-459조와 제753조를 상기하며, "주교회의의 신학적 지위와 교도권에 관하여 더욱 완전하고 깊이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였습니다. 이 건의에 따라 사도좌에서는 "주교회의의 신학적 법률적 지위"에 관한 설문을 통해 주교회의의 단체성, 교도권, 입법권, 사목적 권위, 각 교구장과 주교회의의 관계 등에 관하여 전세계 102개 주교회의와 12개 주교회의 국제 연합의 의견을 수렴한 다음에, 서두에서 말한 "주교회의의 신학적 법률적 성격에 관한 자의 교서"가 발표된 것입니다. 이 교서는 단체성과 관련하여 보편 교회와 개별 교회의 관계, 주교단과 주교들의 관계를 자세히 밝히면서, 주교회의 등을 통한 주교 직무의 공동 수행은 (단체성, collegialitas이 아니라) "단체 정신"(affectus collegialis)의 구체적인 적용이며, 단체 정신은 지역, 국가, 국제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주교들 사이의 협력 정신이라고 구별하였습니다. 개별 교회들의 모임은 공통된 그리스도교 생활 전통의 유대를 지니고 언어와 문화, 역사로 결합된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그 모임을 이루는 교회들의 관계는 보편 교회와 개별 교회들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내면성의 관계와는 매우 다른 것입니다. 주교 직무의 공동 수행은 개별 주교가 전체 교회와 다른 지역 교회들, 특히 가장 가깝고 가장 가난한 교회들에 대하여 더욱 큰 관심을 갖고, 같은 지리적 영역 안에 있는 다른 주교들과 힘과 뜻을 합하여 개별 교회들의 선익과 더불어 공동선을 증진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주교회의는 단체 정신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주교들의 모임입니다. "상설 기관인 주교회의는 교회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선익을 더욱 증대시키기 위하여 한 국가나 특정 지역의 주교들이 해당 지역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위한 어떤 사목 임무를 특히 시대와 장소의 상황에 적절히 적용시킨 사도직의 형태와 방법으로 법규범에 따라 공동으로 수행하는 회합이다"(교회법 제447조). 오늘날 주교들의 공동 활동과 협력을 요청하는 문제들은 주로 신앙과 도덕의 증진, 전례서와 성서의 번역, 사제 성소의 양성, 교리교육 자료(보조 수단)의 준비, 가톨릭 대학과 기타 교육 기관들의 육성, 교회 일치 노력, 국가 당국에 대한 관계, 인간 생명을 비롯하여 인권과 평화의 수호, 사회 정의의 증진,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활용 등입니다(교서, 15항 참조). 주교회의의 설립, 개편, 폐쇄는 교회 최고 권위(사도좌)가 하는 일입니다. 주교회의의 권위와 활동 분야는 교구장 주교와 법률상 그들과 동등한 주교들의 권위나 활동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주교들은 주교회의 관할 안에 있는 신자들의 선익을 위하여 공동으로 주교 직무를 수행하는데, 보편법이나 사도좌의 특별 위임을 통한 결정만이 개별 주교들에게 합법적으로 구속력을 가집니다. 이를테면, 1984년의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에서 논의된 문제들을 포함하여 교회법에 명시된 보완 규정들을 마련하여 모은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주교회의 1992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 제정, 1995년 1월 23일 사도좌 승인, 1995년 4월 16일 공포, 6월 4일 발효)가 한국의 지역 교회법으로서 그러한 구속력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 지침에 따라 교구장 주교가 마련한 더 자세한 규정이 있다면, 그 규정이 우선합니다. 그러나 교회법이 규정하거나 사도좌의 특별 위임이 없는 안건들에서는 각 교구장 주교의 관할권이 온전히 보존됩니다(교회법 제455조 4항 참조). 주교 직무의 공동 수행에는 가르치는 임무(교도권)도 포함됩니다. 주교들이 개별적으로나 주교회의에 모여서 가르칠 때에 (무류성을 지니지는 않지만), 신앙의 유권적 스승인 주교들의 가르침에 신자들은 순종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일반 규범 외에도 [교회법전]은 교리에 대한 주교회의의 권한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교회의는 유익하다고 여기면 사도좌의 승인을 미리 받고 그 지역을 위한 교리서를 펴내야 한다"(교회법 제775조 2항). 또한 성서도 (번역판 포함) 사도좌나 주교회의의 승인을 받고 출판하여야 합니다(교회법 제825조).주교들의 유권적 교도권은 주교단의 단장과 또 그 단원들과 언제나 일치하여야 하며, 주교회의의 교리적 선언은 주교회의 총회에서 만장일치의 승인을 받을 때에 주교회의 자체의 이름으로 발표될 수 있습니다. 만장일치가 아니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을 때에는 사도좌의 승인을 받아 발표할 수 있습니다. 주교들이 주교회의를 통하여 공동으로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주교들의 교도 직무는 그 본질에 따라 총회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하위 기구들, 곧 상임위원회, 위원회 또는 그 밖의 사무국들은 자체의 이름으로나 주교회의의 이름으로 유권적 교도권 행위를 수행할 권위를 지니지 못합니다. 그리고 주교회의는 사도좌와 개별 교구장 주교들 사이에 있는 중간 기구가 아니므로, 개별 주교와 사도좌 사이의 직접적 접촉과 관련하여 어떤 여과 장치나 장애로 행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교회의는 "보편 교회와 또 자기 개별 교회에 대한, 그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는 주교의 책임"을 더욱 크게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 기구입니다. 주교회의와 전국(전체) 공의회의 차이 전국 공의회는 3세기부터 열려 왔던 비상설 기구이며, 주교회의는 19세기 현대적 국가의 형성기부터 생겨난 상설 기구입니다. 공의회는 주교회의가 필요하거나 유용하다고 여기는 때에 사도좌의 승인을 받고 개최하지만, 주교회의는 정기적으로 적어도 해마다 한 번 사도좌의 사전 승인 없이 열립니다. 공의회의 소집 목적은 주로 신앙 규율 등에 관한 교도권의 행사이며, 주교회의는 교회법 규범에 따라 일반 교령 등을 제정하여 입법권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그 목적은 주로 사목 실천이라 하겠습니다. 의결 투표권, 입법권, 교령의 구속력 등에서 이 두 기구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공의회나 주교회의나 그 교령을 사도좌에 보내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교회법에 따른 공법인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와 민법에 따른 사단법인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그 설립 시기와 배경은 다르다 하더라도) 동일한 기구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사목 임무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주교회의는 한국 교회 전체의 공동선이 증진되도록 사목 임무를 공동으로 조정하고 수행하는 최고 의결 기구입니다. 주교회의는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하여, 특히 국가와 시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사도직 활동을 모색하고,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고 연구, 협의하며, 교령을 결정하고 이를 집행합니다. 또한 필요할 때마다 사도좌를 비롯한 외국 교회와 협력하며, 사도좌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그 밖에 보편 교회와 한국 교회의 공동선을 위한 일들을 추진합니다. 쉽게 말해서, 현직에 있는 모든 주교들이 모여 한국 교회 전체의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체입니다. 현재 한국 주교회의는 정회원 주교 20명, 아빠스 1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교서에 따라 수정하여 사도좌에 제출한 주교회의 정관 개정안에는 은퇴 주교들도 주교회의 준회원으로서 의결 투표권이 아닌 건의 투표권만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박해 시대인 1857년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당시 조선 대목구장 주교와 부대목구장 주교가 만났으나, 이는 주교회의라기보다는 현행 교회법 제473조 4항에 있는 교구의 주교평의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조선대목구 설정 100주년을 계기로 하여 1931년 9월 13-26일에 명동 주교좌 성당에서 열린 한국 주교들의 두 번째 회의가 바로 한국 공의회입니다. 서울, 대구, 원산의 3개 대목구와 평양과 연길의 2개 지목구의 주교들이 사도좌의 사전 승인을 받고 개최한 이 공의회는 [한국 교회 공동 지도서](Directorium Commune Missionum Coreae)를 작성하였는데, 우리의 지역 교회법인 이 지도서는 1932년 3월 12일 사도좌의 승인을 받아 9월 26일에 공포되었습니다. 1958년에 한 번 개정된 이 지도서는 1995년에 공포된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로 대체되었습니다. 한국 공의회 이후에는 1933년에 두 번, 1934년, 1935년, 1940년, 1949년, 1950년에 한 번씩, 1953년부터는 거의 해마다 주교회의가 열렸는데, 이는 주교들의 협의회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주교 교령"에 따라, 한국 주교회의는 1966년 11월 30일-12월 2일 총회에서 주교회의 규약을 확정하고, 전국 차원의 문서 선교 등을 위하여 중앙출판사의 기능을 하도록 설립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사무국의 임무를 맡겼습니다. 이 규약은 1983년 새 교회법전이 공포된 다음 새로운 정관으로 개정되고, 1985년 1월 31일 사도좌의 승인을 받았으며, 이 정관은 앞서 말한 자의교서에 따라 일부 수정하여 지금 사도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주교회의 총회는, 주교회의에 속하는 모든 권한과 특권을 행사하는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의결 기구로서 주교회의 그 자체입니다. 총회 아래 상임위원회, 4개 주교위원회, 2개 주교특별위원회, 17개 전국위원회(4개 소위원회), 사무처 그리고 한국 가톨릭 교리신학원 등 전국 기구들이 있습니다. 모든 위원회와 사무처 등의 임무는 그 무엇보다도 주교회의 총회를 준비하고 총회의 결정을 이행하는 것이며, 전국위원회 등 주교회의 산하 기구들을 주교위원회나 주교회의 자체와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총회는 주교회의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이며 주교들의 공동 활동을 위한 통상 기구로서, 우리 주교회의에서는 해마다 봄 가을에 (사순 제3주일 다음 주간과 10월 제2주일 다음 주간에) 정기 총회를 엽니다. 주교회의 총회가 열리기 서너 달 전쯤에 각 교구의 실무자(국장)들이 따로 회의를 열어, 전국적인 사목 과제와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고 교구 간 정보를 교환하며, 전국위원회의 실무를 맡고 있는 총무들의 회의도 열립니다. 그런 다음 총대리 회의가 열려 각 국장 회의의 내용을 종합하고 주로 전국적인 사목 행정 문제들을 논의하며, 전국 기구 예결산 심의, 전국 단체 정관 등을 심의하고 이를 주교회의 총회에 보고합니다. 마지막으로 주교위원회들이 열려 각종 안건들을 심의합니다. 주교회의 의장단과 선출 위원 2명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는 총회가 열리기 한 달 전에 주교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총회 상정 안건들을 확정하고, 의안집을 만들어 미리 모든 주교에게 보냅니다. 총회에 상정되는 의안은 주로 전국적인 사목 문제로서 회원 주교나 전국위원회에서 제출하는 안건들이며, 이를 주교위원회와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하여 총회 상정 여부를 결정합니다. 주교회의 총회에서 한 최근의 주요 결정들은 대개 모든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관련된 것으로서, 지역 교회법이라 할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의 제정과 반포, 사제 양성 지침, 성체 분배자 규정의 제정 등 입법에 관한 결정들, [미사 통상문], [가톨릭 기도서]의 승인 등 전례에 관한 결정들, [한국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서]에 대한 승인,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번역문 심의, 이른바 "사적 계시" 등에 관한 논의 등 교리에 관한 결정들입니다. 주교회의에서는 교회 생활은 물론 신앙과 도덕에 관련되는 사회 정치 문제들을 논의하기도 합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총회를 준비하고 총회 결정 사항들을 집행하며, 긴급한 경우에 총회를 대신하여 주교회의를 대표합니다. 주교회의 사무처는 상임위원회의 지도를 받아 총회와 상임위원회의 결정들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며, 이와 관련된 모든 사무를 맡고 있습니다. 사무처에서는 또한 주교회의가 승인한 교리서, 전례서와 성서 등을 직접 출판하고 있으며, 그 수익은 주교회의 자체의 운영 경비에 쓰입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처음에 문서 선교를 위하여 설립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지금도 그 사무처에서 주교회의 출판 사업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를 서로 다른 것으로 혼동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실체는 완전히 동일합니다. 교회법상의 법인 명칭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이고, 국가(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사단법인 명칭이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입니다. 이러한 명칭의 이중 구조는 처음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주한 교황사절(Most Rev. Patrick Byrne) 직속 기구로 설립할 때에 미국 교회의 예를 본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올해에 미국 가톨릭 협의회(USCC)와 전국 가톨릭 주교회의(NCCB)는 그 명칭과 구조를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USCCB)로 통합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교회의에서는 거의 십년마다 한 번씩은 주교회의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출판 사업의 분리를 논의하여 왔습니다. 어떻든 주교회의의 필요에 결정에 따라, 특히 전례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위하여 전례서와 교회 문서들을 출판하고 있고 있으며, "책 장사" 운운하는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주교회의 사무처에서는 모든 전례서와 문서들을 되도록 정확하고 또 품위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출판사들에서 그토록 복잡하고 기나긴 과정을 거치며 끊임없이 개정되어 나와야 할 예식서 등 전례서를 출판한다면 그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그 출판 수익은 주교회의 자체와 한국 교회 전체를 위한 일에 유익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FABC) 아시아 지역의 주교 약 180명이 1970년 11월 23-29일 필리핀 마닐라에 모여 교황 바오로 6세가 참석한 자리에서 역사적인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회의의 결의 사항들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영구적인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상설 협력 기구의 조직을 위한 홍콩 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아시아의 11개 주교회의(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라오스-캄보디아, 한국, 말레이시아-싱가폴, 필리핀, 타이완, 타일란드, 스리랑카, 베트남) 대표들은 1971년 3월 18-21일 홍콩에 모여,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FABC)의 조직을 논의하고,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의 정관 초안을 작성하기 위하여 실행위원회(위원장 김수환 추기경)를 구성하고, 사무국을 홍콩에 두기로 하였습니다. 1971년 3월 22일부터 초안 작성에 들어가 3회의 수정 작업을 거친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정관은 1972년 11월 16일 교황 바오로 6세가 2년 기한부로 잠정 승인을 하였으며, 당시 인류복음화성성 장관 로시(A. Rossi) 추기경은 1972년 12월 6일 김수환 추기경에게 보낸 서한(6233/72)에서 교황 승인을 통보하였습니다(교황청 연감은 이 정관 승인 날짜를 1972년 12월 6일로 기록).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는 동남 아시아 지역 주교회의들의 자발적인 협의체로서, 아시아 교회와 사회의 복지를 위한 연대와 협력을 그 목적으로 합니다. FABC의 결의는 법률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지만 공동 책임 의식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FABC는 주로 다음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며, 각국 주교회의의 독자성과 FABC 지역 회의들의 자율성을 존중합니다.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공의회 이후의 공식 문헌들에 비추어, 아시아가 필요로 하는 사도직의 증진 방안을 연구한다. 2) 아시아 민족들의 총체적인 발전을 위하여 활동하고, 교회의 그러한 역동적 활동을 강화한다. 3) 아시아 교회의 공동 관심사에 대한 연구를 도와 주고,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조정 활동을 한다. 4) 아시아의 지역 교회들과 주교들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한다. 5) 아시아 지역의 주교회의들이 하느님 백성의 요구에 더욱 부응할 수 있도록 봉사한다. 6) 교회 단체들과 운동들이 국제적 차원에서 더 올바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후원한다. 아시아 지역의 14개 주교회의(한국, 라오스-캄보디아, 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타이완, 타이, 파키스탄, 필리핀)가 정회원이며, 어느 주교회의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교회 관할 구역(네팔, 마카오, 몽골, 시베리아<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크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홍콩)은 준회원입니다. 준회원은 주교회의 의장들의 모임인 중앙위원회에 대표를 파견하지 않는 것 외에는 정회원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가집니다. FABC는 총회, 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 중앙사무국, 지역 회의, 7개 위원회(Office)의 조직을 갖추고 그 임무를 수행합니다. 총회는 FABC의 최고 의결 기관으로서, 정관 제정과 개정의 권한을 가지며, 주요 정책과 조직의 변경 등을 의결합니다. 총회는 모든 회원 주교회의의 의장(또는 공식 지명 대리 주교), 회원 주교회의나 준회원 관할 구역에서 선출된 대표 주교, 상임위원 주교들로 구성되며, 4년마다 한 번 정례 회의를 가집니다.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제8차 총회는 "아시아의 그리스도인 가정"(Christian Family in Asia)이라는 주제 아래 2004년에 한국에서 열릴 것입니다(2001년 1월,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결정). [사목, 2001년 12월호, 강대인(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행정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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