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황, 교황청과 사도좌, 성좌와 바티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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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21 | 조회수3,812 | 추천수0 | |
교황, 교황청과 사도좌, 성좌와 바티칸
대개는 관심도 없게 마련이지만, 가끔은 교회 문서를 보신 분들 가운데에서 교황청과 사도좌가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 오시는 분들이 있어, 교황청과 사도좌 그리고 성좌와 바티칸이라는 말의 쓰임새에 대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교황청 기구 개편에 관한 교황령 [착한 목자] 제1조에 따르면, 교황청은 실제적으로 보편교회와 개별교회의 선익과 봉사를 위하여 교황의 사목 직무를 돕는 부서들과 기관들로 구성된 집합적 조직체입니다. 따라서 “교황"이라는 말을 먼저 풀이하여야 할 것입니다.
교황(敎皇, Romanus Pontifex, Pope)
첫째 사도인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로마 교회의 주교인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이며, 가톨릭 교회의 최고 목자, 주교단의 단장, 바티칸 시국의 으뜸입니다. 교황청 연감에는 서방 총대주교, 이탈리아의 수좌, 로마 관구의 관구장 대주교라는 직위를 더 밝히고 있으며, 교황은 스스로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 부릅니다. 그러기에 교황은 교회에서 완전하고 직접적이며 보편적인 최고의 직권을 행사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예전에 교황을 '교화황'(敎化皇) 또는 '교종'(敎宗)이라고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용어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주교회의에서는 '교황'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과거 한국 교회의 전례서에서 '교종'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여 왔고 일제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교황'이라는 말이 생겨났으므로 신앙의 봉사자가 아닌 봉건 군주적인 이미지를 지닌 '교황' 대신에 '교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일부 견해가 있으나 이는 실제로 설득력이 약하다고 판단하여, '교황'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한국 교회에서는 처음에 '교화황'이라는 말을 사용하였고, 그 뒤 '교황'과 '교종'을 혼용해 오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교황'으로 통일해 쓰고 있습니다. '종'(宗)이라는 말 또한 황제들의 이름에 붙이는 군주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고대의 어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국 삼황오제 시대의 황인(皇人)은 전제 군주가 아니라 사람들이 선출한 지도자이므로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황'이라는 말이 틀리거나 나쁜 이미지를 지닌 용어가 아닐 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용어이므로 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외국 말로 가장 널리 알려진 교황의 칭호 파파(아버지라는 뜻의 Papa, Papas, Pope)는 본래 동방 교회에서 지금 우리가 그러듯이 보통 신부님(Father)을 부를 때 쓰이는 경칭이었지만, 서방 교회에서는 주교님들을 부를 때에만 쓰이다가, 4세기 시리치오 교황(384-399년) 때부터 교황에게만 붙이는 칭호로 쓰이기 시작하였으며, 교황 그레고리오 7세(1073-1085년)가 최종적으로 이를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에게만 쓰이는 칭호로 규정하였습니다. 교황의 칭호와 그 권위를 두고, 가톨릭 교회 안에서는 앞서 언급한 교회법전의 명시적인 규정처럼 성서와 성전에서 그 근거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별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교회 밖에서나 다른 교회들에서는 베드로의 직무와 교황의 수위권 등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논증을 여기에서 펼칠 역량이나 시간이 없어 생략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노쇠한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 열린 최근의 추기경 회의를 보며, 일반 언론에서는 다음 교황이 누가 될 것인지 추측하는 기사들이 있어, 교황 선거회(Conclave)를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2001년 5월 21-24일에 교황청에서 추기경 회의가 열리고 제3천년기의 교회의 주요 과제들을 논의하자, 일반 언론들은 이 모임이 다음 교황의 예비 선거냐, 콘클라베의 총연습(Dress Rehearsal)이 아니냐 하고, 교황 물망에 오르내리는 추기경(Papabile)을 여럿 소개하며, 유럽이냐 제3세계냐 하는 추기경단의 출신 구성을 바탕으로, 이 사람은 이래서 대중의 인기가 있어 매우 유망하지만 그 인기 때문에 교황이 되기는 힘들다고 하는 둥 교황청 소식에 매우 정통한 것처럼 온갖 추측을 해대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교황청의 움직임을 잘 아는 사람은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그러한 억측과는 달리 자신의 죽음 뒤를 예비하는 것이 아니라 2002년의 사목 일정을 잡고 계신다고 합니다.
교황 선거회(Conclave)
교황이 죽으면 또 교황이 나온다고들 합니다. 교황을 뽑는 추기경들의 비밀 회의를 열쇠로 잠그는 방이라는 뜻인 라틴어로 '콘클라베'라고 합니다(또한 이 말은 주교들의 비공개 회의도 가리킵니다). 다음 교황 선거는 새로운 선거법 곧 사도좌 공석과 교황 선출에 관한 교황령 [주님의 양 떼](Universi Dominici gregis, 1996년 2월 22일,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제7호, 5-47면 참조)에 따라 이루어질 것입니다. 새 선거법에 따른 교황 선출 절차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교황의 사망 확인, 추기경 회의 소집:교황의 사망 소식을 듣는 즉시, 교황 궁무처장(Camerlengo)은 교황 전례원장과 교황 궁무처의 고위 성직자들 앞에서 교황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공식 사망 증명서를 작성하게 한다. 또한 궁무처장은 교황 관저 전체를 봉인하고, 로마 교구의 총대리 추기경에게 교황의 사망 소식을 공지하여야 한다. 추기경단의 수석 추기경은 교황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는 즉시, 모든 추기경에게 그 소식을 알리고 추기경 회의를 소집한다(교황의 유효한 사퇴 때에도 같은 절차로 추기경 회의를 소집한다).
- 교황의 장례, 추기경 회의:추기경들은 교황 장례식을 9일장으로 거행한다. 안장은 사망 후 4-6일 사이에 이루어진다. 사도좌 공석 때에는 두 종류의 추기경 회의가 열린다. 전체 회의는 교황 선거권을 가진 모든 추기경들이 참석하여 교황의 장례와 선거에 관한 중요 문제들을 결정한다. 개별 회의는 교황 궁무처장과 3명의 보좌 추기경으로 구성되어, 통상적인 업무를 처리한다. 보좌 추기경들은 세 품계(주교, 신부, 부제)에서 한 사람씩 추첨으로 선발하고, 임기는 만 3일이며, 교황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속하여 교체한다. 전체 회의는 날마다 열리는데, 첫 회의에서 선거법의 준수와 비밀 유지를 서약하고 맹세한다. 전체 회의에서 선거 개시일을 결정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특히 교회의 당면 문제들과 새 교황 선출에 필요한 문제들에 관한 묵상(2회)을 위하여, 정통 교리와 지혜에 뛰어난 교회 인사에게 묵상 주제 발표를 맡긴다. 추기경들은 성녀 마르타 숙소에 머문다.
- 교황 선거:교황 선거권은 80세 미만의 추기경들만이 가지며, 그 수는 최대 120명이다. 사도좌가 법적으로 공석인 순간(교황 사망)부터 만 15일 이상 최고 20일까지 전세계 추기경들의 도착을 기다린 다음에 교황 선거를 시작한다.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 회의는 바티칸 시국 영토 안의 지정된 장소와 건물에서 열린다. 이 건물들과 장소(숙소 포함)는 교황 선출의 공식 발표 때까지 폐쇄된다. 선거인 추기경들은 서신이나 전화, 기타 어떤 통신 수단으로도 외부와 연락할 수 없다(이 규범에 정해진 실무 요원들도 비밀 준수를 서약하고 맹세한다). 교황의 장례와 선거 준비가 완료되면(교황 사망 후 만 15일이 지난 날부터 20일까지) 정해진 날 오전에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선출을 위한 기원 미사를 장엄하게 거행한다. 그날 오후에 선거인 추기경들은 장엄 행렬로 바티칸 교황궁의 시스티나 경당으로 간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시스티나 경당은 철저한 봉쇄 구역으로 지정되어 완전 비밀을 보장한다. 시스티나 경당에 도착한 선거인 추기경들은 정해진 서약문에 따라 외부 개입 배제와 비밀 엄수를 맹세한다. 선거인 추기경들은 “오로지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보편교회의 선익을 위하여 올바른 지향으로" 교황을 선출하기 위하여 두 번째 묵상을 한다. 수석 추기경은 선거인단에 선거 개시 여부를 묻고 필요한 절차나 의문에 대한 해명을 한다. 그러나 선거인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한다 하더라도 이 교황령의 선거 규범과 절차는 개정할 수 없다. 선거인들의 과반수가 선거 개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교황 선거를 시작한다.
- 투개표 절차:교황 선거 방법은 비밀 투표뿐이다. 유효한 교황 선출을 위해서는 출석한 선거인 총수를 기준으로 3분의 2 이상의 득표가 요구된다. 선거가 시작되는 첫째 날 오후에는 한 차례의 투표만 실시한다. 첫 번째 투표에서 아무도 선출되지 않을 때, 그 다음 날들에는 오전에 두 차례, 오후에 두 차례에 걸쳐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절차는 세 단계로 진행된다.
1) 투표 용지를 배부한다. 계표인, 병자 집표인, 검표인을 각각 세 명씩 추첨한다. 투표 용지는 직사각형으로, 상반부에는 “나는 (∼을) 교황으로 뽑는다" 하는 글이 적혀 있고, 하반부는 뽑을 사람의 이름을 쓰도록 비어 있다. 투표 용지에는 한 사람만의 이름을 쓰고 두 번 접는다(추기경이나 주교가 아니어도 교황으로 뽑을 수 있다).
2) 선거인 추기경들은 기표하여 접은 투표 용지를 들고 서열에 따라 제단으로 나아가,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삼아 맹세하고, 제단 위에 있는 집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는다. 선거인 추기경들의 모든 투표 용지가 집표함에 모이면, 첫 번째 계표인이 집표함을 여러 번 흔들어 표를 뒤섞은 다음, 마지막 계표인이 모든 선거인 추기경이 보는 앞에서 집표함 밖으로 한 장씩 표를 꺼내 다른 빈 집표함에 넣으며 투표 용지를 센다(그 수가 선거인들의 수와 일치하지 않으면, 투표 용지를 모두 불태우고 즉시 두 번째 투표를 실시하여야 한다). 투표 용지의 수가 선거인들의 수와 일치하면 곧 개표가 이루어진다. 계표인들은 제단 앞에 놓인 탁자에 앉는다. 첫 번째 계표인이 투표 용지를 한 장씩 집어서 편 다음, 선택된 사람의 이름을 적고, 두 번째 계표인에게 그 투표 용지를 건네 준다. 두 번째 계표인 역시 선택된 사람의 이름을 적고, 그 투표 용지를 세 번째 계표인에게 건네 준다. 세 번째 계표인은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선택된 사람의 이름을 읽어 모든 선거인이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 세 번째 계표인 자신도 기록한다. 모든 투표 용지를 개표한 다음에, 계표인들은 각 개인이 얻은 투표 총수를 집계하여 별도의 용지에 기록한다. 마지막 계표인은 개개의 투표 용지를 읽을 때마다, “나는 뽑는다"(Eligo) 하는 낱말을 바늘로 찔러 투표 용지들을 실에 꿰어 안전하게 보전한다.
3) 계표인들은 각 개인의 득표 총수를 집계한다. 검표인들은 투표 용지와 계표인들이 적은 기록을 점검하고 확인한다. 총 투표 수의 3분의 2를 얻은 사람이 나오면, 교회법적으로 유효한 교황 선출이 이루어진 것이다.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검표 뒤에 곧바로 그리고 선거인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경당을 떠나기 전에, 계표인들은 교황 선거회 서기관과 의전장들의 도움을 받아 모든 투표 용지를 소각한다. 그러나 곧바로 두 번째 투표를 실시하여야 할 때는 첫 번째 투표 용지를 두 번째 투표 용지와 함께 소각한다. 모든 선거인이 갖고 있는 모든 종류의 기록도 투표 용지와 함께 소각한다. 교황 궁무처장 추기경은 각 회기마다 선거인 추기경들에게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그 결과를 문서로 작성하여 봉인한 다음 지정된 문서고에 보전한다. 이 문서는 교황의 명시적인 허락 없이는 아무도 개봉할 수 없다.
교황 선거가 시작된 날의 오후를 제외하고, 다음날들의 오전과 오후에는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투표 다음에는 곧바로 두 번째 투표를 속행한다. 두 번째 투표에서도 위의 투개표 절차가 그대로 준수되는데, 다만, 맹세를 새로 하지 않고 계표인 등을 다시 추첨하지는 않는다. 선거인 추기경들은 [교황 선거 예식서]에 수록된 대로, 거룩한 예식을 거행하고 기도하며, 매일 오전과 오후에 치러지는 모든 투표에서 위의 절차를 그대로 따른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3일 동안 투표를 하고서도 교황이 선출되지 않을 때에는, 투표를 최대 1일 동안 중단하고, 기도와 더불어 비공식적인 토의를 하고 선임 부제 추기경의 간단한 영성적 권고를 듣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서 같은 절차에 따라 투표가 속개되며, 7회의 추가 투표 뒤에도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또 한 번의 기도와 토의, 그리고 선임 사제 추기경의 권고를 듣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서 다시 연속하여 7회의 투표를 실시하며, 여전히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한 번 더 기도와 토의, 선임 주교 추기경의 권고를 듣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다음 같은 절차에 따라 7회의 투표를 계속한다. 이렇게 투표를 실시하여도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 교황 궁무처장은 선거인 추기경들에게 선거 진행 방법에 대한 의견 제시를 요청한다. 그 뒤의 투표는 선거인들의 과반수가 결정하는 대로 진행된다. 그러나 교황 선출은 과반수 득표로만 유효하며, 바로 직전의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한 두 사람에 대해서만 투표를 하는 때에도 과반수 득표로만 교황 선출이 이루어진다.
이 교황령의 규정과 다르게 치러지는 선거는 바로 그 사실 자체로 무효이다. 교황 선거에서 성직 매매 죄가 저질러질 경우 - 결코 그러한 일이 없기를! - 그러한 죄를 저지른 모든 이는 자동 파문의 처벌을 받는다. 어느 누구이든, 추기경이라 할지라도, 교황의 생존 때에 교황과 협의하지 않고 후계자 선출에 관한 계획을 세우거나, 투표를 약속하거나, 비밀 모임에서 이에 관하여 결정하는 것을 금지한다. 비밀 서약을 비롯하여 이 교황령의 규정을 위반하면 자동 파문의 처벌을 받는다. 어떠한 구실로든 어떠한 민간 권위이든, 어떠한 체제의 세속 권력이든, 어떠한 개인이나 단체든, 교황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모든 형태의 간섭, 반대, 제안을 금지한다. 선거인 추기경들은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투표하거나 기권하지 않도록 만드는 모든 형태의 조약, 협정, 약속, 서약을 삼가야 한다. 맹세하면서까지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서약은 무효이며 지킬 의무도 없다. 이러한 금지 규정을 위반하는 사람들은 자동 파문의 처벌을 받는다.
- 새 교황의 수락과 공포, 즉위:교황 선출이 교회법적으로 이루어지면, 후배 부제 추기경은 추기경단의 서기관과 교황 전례원장을 선거장으로 부른다. 이어서 수석 추기경이나 품계와 연배가 가장 높은 추기경이 선거인단을 대표하여 교황으로 선출된 사람의 동의를 구하고, 동의를 받는 즉시 교황 이름을 묻는다. 이어서 공증인의 임무를 맡은 교황 전례원장은 두 명의 의전장을 불러 증인으로 삼고, 새 교황의 수락과 그가 택한 이름을 증명하는 문서를 작성한다. 교황으로 선출된 사람이 이미 주교품을 받았을 때에는, 그의 수락과 동시에 그는 로마 교회의 주교이고 합법적인 교황이며 주교단의 수위권자가 된다. 이리하여 그는 보편교회를 다스리는 완전한 최고의 권한을 행사한다. 선출된 사람이 아직 주교가 아닐 때에는 곧바로 주교로 서품되어야 한다. 선거인 추기경들은 새로 선출된 교황에게 경의와 순종을 표명하기 위하여 새 교황을 알현한다. 이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 다음, 선임 부제 추기경이 외부 사람들에게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알리고 새 교황의 이름을 공포한다. 곧 이어 새 교황은 바티칸 대성전의 발코니에서 로마와 전세계에 축복을 보낸다.
새 교황은 적절한 때에 즉위식을 거행한 다음 라테라노 대성전의 총대주교좌에 착좌한다.
교황청(Curia Romana, Roman Curia)
교황청이라는 말('로마'라는 형용사를 붙이지 않습니다)은 가톨릭 교회의 최고 목자인 교황의 직무를 돕는 기구들로 이루어진 집합체를 가리킵니다. 교황은 전세계 교회의 일상 업무를 몸소 결정하지만, 실제로 역대 교황은 보필자들의 의견을 참작하여 왔습니다. 이 보필자들의 직책이나 기능은 시대 환경에 따라 각기 달랐습니다. 초세기에는 로마 시노드를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교황은 필요에 따라 로마 주변의 주교들과 사제단(부제 포함)을 불러 교회의 주요 문제들에 대하여 의논하였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발전과 더불어 모든 지역 교회의 문제 해결이 교황에게 집중되고 방대한 회의 소집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져, 교황은 시노드 의원 가운데 소수만을 불러 의논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계속 발전하고 신앙이 더 널리 전파되어 교황의 업무가 급증함에 따라, 교황은 추기경이라는 로마 사제단 원로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교황의 전례 집전만을 보좌하던 추기경들은 교황의 위임으로 교회 행정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로마 사제단에 기원을 두고 있는 이 추기경단은 교황 식스토 5세가 1586년에 체계화하여, 주교 품계의 추기경 6명, 사제 품계의 추기경 50명, 부제 품계의 추기경 14명으로 모세를 돕던 70인 장로들처럼 70명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이 규정은 교황 요한 23세 때까지 유지되어 오다가, 1962년에 요한 23세가 추기경을 대폭 증원하였습니다. 교황의 업무가 계속 폭주하여 모든 추기경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이를 처리한다는 것은 매우 비능률적이어서, 업무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소수의 추기경들로 여러 회의를 설정하게 되었으며, 재판 형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이 회의체를 'Congregatio'(議會)라고 불렀습니다. 교황 식스토 5세가 1588년에 체계화한 교황청 기구는 교황 비오 10세가 개혁하여 부서간 업무를 재조정하고 의회의 재판보다는 행정 방식을 도입하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급격한 변혁을 겪게 된 교회는 현대 국가의 행정 조직도 참작하여, 교황 바오로 6세가 1967년에 교황청 기구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였고, 요한 바오로 2세가 1988년 6월 28일에 교황령 [착한 목자]로써 현행 기구로 개편하여, 모든 부서의 성격과 기능을 명확히 규정하고 동등한 법률적 지위를 부여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앞서 말한 9개의 'Congregatio'(용어위원회는 이를 성(省)이라 옮기기로 하였습니다)만이 행정 기구로서 법률적 지위를 누려 왔으나, 3개의 법원은 사법 기구로, 11개 평의회는 진흥 기구로, 4개의 사무처는 특수 업무 기구로 구분하되 법률적으로는 동등한 지위를 부여한 것입니다. 그 밖에도 많은 기구들이 있지만, 국무원을 비롯한 교황청 기구들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습니다.
사도좌(使徒座, Sedes apostolica, Apostolic See)
'사도좌'라는 말은 모든 언어에서 쓰이는 은유적 표현으로, 본래 사도가 설립한 교회의 자리와 그 설립자인 사도의 권위를 가리켰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도단의 으뜸인 베드로 사도의 직무를 계승하여 수행하고 있는 로마 교회의 권위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역사에서 이단자들의 발호와 야만족들의 침입으로 사도좌라고 자처하던 교회들이 다 사라지고 로마 교회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사도좌가 로마 교회의 고유 명칭이 된 것입니다. 1983년에 공포된 현행 교회법전은 “본 교회법전에서 사도좌 또는 성좌라는 명칭은 교황뿐 아니라 국무원과 교황청의 기구들도 뜻한다."(제361조)라고 명시하여 놓았습니다. 따라서 사도좌가 교황청과 다른 점은 베드로 사도의 계승자인 교황과 그 권위를 중심으로 한 개념으로서 교황청을 다 아울러 가리키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교황은 로마 교회를 직접 관할하므로 교황청 기구와는 별도로 로마 대목구가 있고 총대리 추기경이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성좌(聖座, Sancta Sedes, Holy See)
앞서 이야기한 대로 교회법전에 명시해 놓았듯이, '성좌'라는 말은 '사도좌'와 똑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교황의 착좌식에서 유래하였고 실제로 앉는 의자를 가리키는 이 말은 본래 주교좌를 뜻하였고, 옛날에는 주요 총대주교좌 교회 곧 로마를 비롯한 안티오키아, 알렉산드리아, 예루살렘,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좌들도 성좌라고 하였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황좌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외교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대전 엑스포 때 바티칸 전시관의 일을 하며 “Holy See"라는 명찰을 달고 다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저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몰라 물어 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바티칸이라고 쉽게 알아보았습니다. 어떻든 국제 사회의 관례에 따르면, 교황과 교황청 또는 바티칸 시국을 가리키는 공식 명칭을 '성좌'라고 합니다.
바티칸(Vatican)
바티칸은 로마를 흐르는 테베레 강 서쪽에 그리고 마리오 산과 자니콜로 사이에 있는 언덕과 그 일대의 지명으로 땅이 축축하여 질 나쁜 포도주가 난다는 바티칸 지역(Ager Vaticanus)이라는 옛 이름에서 따온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에트루리아인들의 바티쿰이라는 옛 고을 이름에서 나온 지명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에는 지금 베드로 대성전과 광장이 있고 교황궁을 비롯한 유서 깊은 건물들이 들어차 있으며, 바티칸 시국이라는 독립 국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티칸 시국의 정부가 교황청 기구와 별도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언론에서는 바티칸을 교황과 교황청을 아울러 가리키는 보도 용어로 널리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사도좌나 교황청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바티칸을 쉽게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도좌의 인터넷 주소도 바티칸(http://www.vatican.va)으로 표기하고 그 홈페이지 이름을 '바티칸 성좌'(Vatican-the Holy See)라고 합니다. 그러나 용어위원회는 바티칸이나 교황청을 가리켜 '성청'(聖聽)이라고 하는 말은 쓰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사목, 2001년 8월호, 강대인(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행정실 ·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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