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교회에서 완성이란 없다
- 인천교구 시노드, 그 이후의 노력과 전망 - 들어가는 말 인천교구 초대 교구장이셨던 나 굴리엘모 주교님께서는 1996년 연두 사목교서에서 “안으로는 성령으로 충만한 교회의 새로운 모습을 지향하고, 밖으로는 온 겨레에 그리스도의 빛과 생명을 전하는 복음화의 사명을 완수한다.”라는 말씀을 통해 교구 시노드를 개최할 뜻을 표명하셨다. 시노드의 어원적 정의가 뜻하는 것처럼, 지난 1997년부터 2000년 대희년까지 인천교구 구성원인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함께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하여 문제를 연구 검토하고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함께한 모든 과정” 자체가 바로 의미 있던 일이라 여겨진다. 인천교구 시노드는 교구의 성숙과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하여 현재 세상과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연구 검토하고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곧 우리는 시노드를 위해 단순히 회의만 해온 것이 아니며,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와 그 해결 방법을 찾는 것뿐 아니라 찾아낸 방법으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모든 것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고자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하고 40년간 광야 생활을 하였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도 시노드가 지상에서는 영원히 끝나지 않고 천상교회를 향하여 가야 할 탈출기적 사건과 40년간의 광야 생활로 다가오기를 희망한다. 우리 사회는 물론 현대세계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이라는 소용돌이 안에 놓여있다. 정보 혁명이 주도하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와 방향은 이제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이에 따라 교회의 사목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모든 측면에서 교회가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과 쇄신의 문제는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생존의 문제로 이해하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교회는 새로운 사목 모델의 적용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라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사목의 주체로 참여하는 ‘함께하는 사목’의 모델이다. 따라서 우리 인천교구가 시노드를 개최하여 ‘쇄신과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실은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함께하는 사목’의 전형이자 시작의 문을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 시노드 후속 추진 방향 시노드 결과에 따라 인천교구는 추진 방향을 크게 2000년대 복음화의 실현에 두고, 영적 성장을 위한 새 복음화(선교), 대 사회적 성숙을 위한 사회 복음화, 신앙교육과 내적 쇄신을 위한 재복음화를 기본 목표로 삼고, 이를 향하여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딛고 있다. 이에 따라 교구 시노드의 추진 실행계획을 크게 1단계(2001∼2009년), 2단계(2010∼2018년), 3단계(2019∼2020년)로 구분하여 수립하였다. 여기서 2-3단계는 제외하고, 1단계 가운데 지금까지 진행된 부분과 현재 추진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로 하자. 제1단계의 영역별 추진 과제로서 ‘2000년대 복음화 기반 구축을 위한 지원체계 확립’을 위해 교구가 먼저 앞장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구 규정 제·개정위원회를 4개 소위원회(사목, 행정, 법인, 사회)로 나누어, 교구 설정 이후 지난 40년 동안 흩어져있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을 고치는 작업을 지난 일 년 동안 한시적으로 준비해 왔다. 둘째, 교구 시노드를 통해 천명한 새 복음화, 재복음화, 사회 복음화 실천을 뒷받침하고자 대대적으로 교구청 조직을 1처(사무처) 4국(관리국 / 선교국: 새 복음화 / 사목국: 재복음화 / 사회사목국: 사회 복음화)으로 개편하여, 그동안 조직이 방대해 업무가 서로 연계되지 않았던 기존 체제를 개선해 교구 업무 체계화와 효율화를 이루고, 앞으로 이 조직체계를 계속 발전시켜 가면서 새 시대에 맞는 안정적 사목 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사목 정보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교구 홈페이지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넷째, 효율적인 재정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2004년부터 전문 인력을 투입하여 교구와 본당의 실무자를 교육시키고 교구 실정에 맞는 양업 시스템을 개발하여 기대치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2. 새 복음화 먼저 새 복음화 부분을 살펴보면, 교구 시노드 이후 사목국에서 분가하여 새 복음화를 담당하는 선교국이 발족되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선교국 산하 바오로 선교단이 만들어져 가두선교를 위한 교육을 활성화시켰으며, 교구차원의 선교계획 수립과 선교교육을 담당하고 본당으로도 파견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다양한 선교용 리플렛과 포스터 등을 제작하여 보급하고,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위하여 교리교사 교육을 체계화하고 있다. 3. 재복음화 이어서 재복음화 영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크게 괄목할 만한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다. 첫째, 교구 사목국 차원에서 실시하는 구역(반)장 월례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여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단계별 교재를 만들어 본당 일선에서 활동하는 사목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역(반)장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되었으며, 교육 참가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1995년 38.7%/ 2000년 44.0%/ 2001년 45.0%/ 2002년 52.1%/ 2003년 60.0%/ 2004년 62.5%/ 2005년 7월말 71.9%). 특히 교구 시노드의 정신에 따라 올해 6월말 구역(반)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2006년도 구역(반)장을 위한 사목에 반영할 계획이다. 둘째, 시대의 징표를 읽고 시대적 사목 대안과 미래에 대한 사목 방향을 제시하는 미래사목연구소가 2001년 7월에 설립되었다. 사목현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 사목 영역별 정책, 체계, 지침 등 프로그램의 단계별 요청에 따라 사목자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평신도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지금도 교구를 초월하여 교회 안팎에 사목 방향 제시를 위한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은 인천교구의 커다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사목국과 연계하여 구역(반) 소공동체를 위한 교재를 발간하고, 유사영성 운동에 대하여 올바로 대응하며, 군인 교리서를 발간하고, 본당 활성화를 위한 EP(Evangelical Pastoral)-1234 방안을 제시하는 등 각종 사목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고 있다. 셋째, 평신도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인 인천 가톨릭대학교 부설 교리신학원을 설립하여 이론과 실무 위주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현재 많은 교구가 저마다 교리신학원을 설립하여 평신도 지도자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졸업 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교회 안에서 활동하기가 어렵다. 이에 반해 그들은 지금도 학교 조직 안에 졸업생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연구하는 모임을 가지며 본당과 사목현장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 내고자 여념이 없다. 인천 가톨릭 교리신학원을 졸업한 이들 가운데에는 이 같은 조직을 통해 구역(반)장 월례교육과 군인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파견된 이들도 있다. 넷째, 사목국은 사목국 고유 영역 외에도, 과거의 교육국 또는 청소년국이라는 단일 조직 개념에서 탈피하여 신앙교육이 유아로부터 시작해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신자 평생교육 체계가 연결되어야 한다는 취지 아래, 유소년사목부, 청소년사목부, 청년사목부, 성소부, 가정사목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 사도직과 성서 사도직 그리고 본당 사목도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성인 교육을 제외하고 유소년 교육에서 청년 교육에 이르기까지를 살펴보면 독자적이면서도 서로 연계되어 고유한 영역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년사목부의 경우, 본당과 지구 그리고 교구 사이에 청년사목이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지역에 맞는 청년사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청년들 안에서, 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사목이 이루어지도록 세심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청년들 안에서 다원적인 청년사목이 이루어지도록 교회가 배려하는 모습과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다섯째, 교구 가정사목부가 지도신부 체제에서 전담 사제로 개편되어, 지금까지 실시해 오던 가나 혼인강좌, 순결교육, 자연적인 가족계획 교육 프로그램을 뛰어넘어 생명과 가정으로 범위를 넓혀 여성사목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 사회 복음화 마지막으로 사회 복음화 영역을 살펴보면, 재복음화 못지않게 괄목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교구 시노드 이후 교구청 조직 개편에 따라 사회사목국이 신설된 것 자체가 이미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사회에 대한 교구의 관점이 이제는 더 이상 복지 차원이 아닌 사목이라는 측면으로 시각을 돌린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 복음화를 위한 사회사목 계획과 실행이 다음 두 번째 사항 이후처럼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와 미혼모를 위한 자모원을 개설하였고, 교구 내 이주 여성(한국인과 혼인한 외국인)을 파악하고, 민사일반 문제와 형사일반 문제 그리고 가사 문제(이혼, 국제혼인, 국적법 등) 등에 대하여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 직원, 사랑의 등불 전화 상담원, 각 본당 사회복지분과 위원들이 법률강좌를 하고 있다. 또한 본당 환경분과의 현황을 파악하고,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평신도 지도자 양성교육을 하고, 본당 사회복지 분과 위원들이 지구별 정기 모임을 가지고 교구와 연계하여 활동하며, 교회 차원을 뛰어넘어 지역사회 환경과 정의 평화를 위한 연대 활동을 하고, 가난한 이웃에게 생필품을 지원하는 ‘희망을 여는 가게’를 개설하였고, 인천교구 내 각 경찰서에 경신실 마련을 확대하는 등 사회사목국이 없었다면 손도 댈 수 없을 많은 일들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5. 외적 성장에 비례하는 내적 성장 인천교구가 이처럼 외적 성장에만 주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교구장 주교는 외적 성장과 더불어 내적 성장도 함께 이루어나가는 데 앞장서서 시노드 결과에 따른 실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교구장은 한국 순교성인들의 순교 영성이 교구민들에게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강화도에 ‘한국 일만 위 순교자 현양 동산’을 조성하고 갑곶돈대를 개발하여 많은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통해 한국 순교성인들의 신앙심 안에서 거듭날 것을 희망하여 2004년에 이어 올해에도 순교자 현양대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성체성사의 해’를 지내며 한국교회에서는 가장 먼저 ‘성체현양대회’를 개최하였고 동시에, 지난 10월에 성체성사의 해를 마감하며 교구민과 함께 감사미사를 드렸다. 이처럼 교구장의 의지가 신앙 안에서 이루어지는 내적 성숙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이러한 모든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사 자체가 아니라 행사를 통해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신앙의 유산’을 대내외적으로 전해주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성체와 함께 말씀이 우리와 함께 하시도록 2005년을 ‘가족과 함께 성서쓰기’의 해로 정하여 교구 차원에서 실천하고 있다. 교구장은 특히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함으로써,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가정해체와 결손가정, 고령화 사회 문제를 극복하고자 노력하였고, 제3회 “생명과 가정의 날” 행사를 마련해 금혼 부부, 다산 부부, 모범적인 성가정을 발굴해 내는 등, 새 복음화, 재복음화, 사회 복음화를 담당하는 국장 사제들과 함께하는 사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제안과 권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교구장은 새 복음화, 재복음화, 사회 복음화가 제각기 독자적인 사목 계획과 실행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삼위일체의 신비’가 의미하는 것처럼, 각각 고유한 영역 안에서 새 복음화는 재복음화와 사회 복음화를, 재복음화는 새 복음화와 사회 복음화를, 사회 복음화는 새 복음화와 재복음화의 존재와 의미를 깨달아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서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나누어 친교의 영성 안에서 사목이 실행되도록 돕고 있다. 6. 교구 20년 복음화 계획의 성공 조건 인천교구 시노드에 따른 교구 20년 복음화 계획 수립과 실행을 위한 조건과 전망을 살펴보자. 교구 시노드 최종문서를 보면, 인천교구 20년 사목 계획은 교구 시노드 이후 2001년부터 크게 1단계 9년, 2단계 9년으로 구분하고, 다시 각각의 단계를 3년 단위로 3차 시기로 나누어 각 시기마다 개별 목표를 설정하였다. 각 시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교구 단위로 총회를 개최하여 인천교구 복음화 추진 상황을 평가하고 추가 계획을 입안하기로 되어있다(최종문서, 359면 참조). 우리는 바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다변화 사회 안에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각 단계를 세분화하였다 하더라도 20년 복음화 계획 수립에 따른 실행에는 더 다각적이며 구체적인 검토와 대안이 요구된다. 교구 시노드 최종문서에서 제시한 ‘새 복음화, 재복음화, 사회 복음화’ 영역을 살펴보면 실천요강과 개선 제안이 백화점 상품처럼 나열되어 있다. 그 가운데에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영역 모두 전문성이 필요하나 전문성이 배제된 채 투신할 인력마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려면 최종문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구 시노드 이후 사제 수품 예정자 또는 신학생과 교구청 직원들에게 인천교구 시노드에 대한 개념 정립과 교육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시노드에 참여한 분들이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 문제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도 함께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일 문제가 제기된 다양한 배경을 모르거나 배제된 채 해결책을 찾는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어려움이 있으며 정확한 문제 해결에서 다소 동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20년 복음화 계획을 더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우선 충족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각 본당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이미 교구는 시노드를 통하여 교구민이 무엇에 목말라하는지 살펴보았고, 시노드 정신에 따라서 그리고 시노드 결과에 따른 요구를 수용하여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본당의 관심과 협조 그리고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어려움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시노드에서 나온 과제와 실행은 무엇보다 본당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신자와 함께 가야 할 것이다. 교회가 너무 급진적으로 앞서 나가면 신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어렵고, 반면에 정지해 있다면 ― 물론 교회가 정지해 있는 경우는 없지만 멈추어 서있는 것처럼 보일 경우 ―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인류 역사 이래 다양한 계층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오직 교회밖에 없으므로, 남녀노소, 배운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 그리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사람 등 모든 계층 특히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함께 가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여야겠다. 셋째, 모든 것을 성령께 맡겨드리고 성령의 역사에 순명할 줄 아는 자세가 요구된다. 때로는 사회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교회에 대입시켜 문제점을 파악하거나 사회적인 방법으로 그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좋은 해결책을 내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교회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영역이 배제되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사회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은 받아들이되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는 것도 인정할 줄 아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넷째, 숫자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야겠다. 우리는 성공과 실패의 판가름을 수치로 나타내는 경향이 많다. 물론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려는 가장 좋은 접근방법으로 숫자만큼 식별하기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에서도 때로는 많은 부분에서 숫자로 가시적인 성과를 표현하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숫자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눈앞에 나타난 것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고 비록 보잘것없어 보여도 나중에 커다란 나무를 만들어내는 것은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인간의 능력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우셨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한 마리의 양을 찾고자 아흔아홉 마리 양을 놓아두고 길을 떠나셨다. 만일 교회가 이처럼 때로는 한 마리 양을 위해 함께 시선을 모아 정성을 기울인다면, 이것을 실패하였다고 또는 쓸데없는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나오는 말 시노드 결과에 따라 실행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믿음으로 눈에 보이는 성전을 건설하는 과정이다. 믿음으로 성전을 건설한다는 것은 천상 예루살렘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있다. 가시적인 성과는 지나가는 목표일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안목으로 세상과 교회를 보아야 하며, 덤덤하게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성전을 건설해 가야 한다. 그러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목표로 삼으면 사람(인재)이 있어야 하고 돈(재정)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보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렵다, 힘들다, 불가능하다, 하지 말자’는 결론부터 나오게 된다. 그러므로 서로 신뢰하는 믿음으로 교회가 가야 할 길을 걷는다면 보이지 않는 인재(사람)가 보이고, 보이지 않는 재정(돈)이 보이고, 보이지 않는 희망의 싹이 보인다. 믿음으로 공동체를 건설하면 ‘어렵다’가 ‘쉽다’로, ‘불가능’이 ‘가능’으로, ‘하지 말자’가 ‘하자’로 바뀌게 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믿음으로 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교구 시노드를 통하여 교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보았다. 지상교회에서 완성이란 없다. 완성은 인간이 이루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몫일 따름이다. 다만 천상교회를 향한 여정에서 노력만이 이 지상교회에 남겨진 과제이다. 따라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손을 잡고 성령께서 이끌어주시도록 기도 안에서 우리 모두를 내어맡길 때,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노력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안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고정된 관념에서 탈피하고, 안주하려는 습관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참된 해방과 자유를 누리려면, 끊임없이 노력하는 갈매기 조나단처럼 각자가 몸담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쇄신과 적응’ 안에서 ‘새 하늘 새 땅’을 향하여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사목, 2005년 11월호, 김효철(인천교구 사목국 차장 평신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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