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교회법위원회] 교회와 교회법 지난 1월 25일은 현재의 요한 바오로 2세 교회법전이 반포된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은 1959년 요한 23세 교황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하신 날이며, 1917년에 반포한 비오-베네딕토 교회법전을 개정하겠다고 하신 날이기도 하다. 2003년 1월 24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교회법전 반포 20주년 학술제에서 말씀하셨듯이 현재의 교회법전은 그 출발부터 공의회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비롯되었다. 요한 23세 교황님의 통찰력은 공의회의 작업 전체가 새 교회법전의 방향과 규범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섭리로 안배되었음을 생각하게 한다. 공의회의 결정들과 방향들이 현재의 교회법전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었을지 알 수 있다. 왜 교회법이 필요한가? 많은 신자들이 ‘교회에 왜 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한다. 그렇지만 이는 가시적이며 영적인 조직체라는 교회의 본성을 이해하면 할수록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교회법의 존재 여부에 대한 질문은 교회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협한 교회론적 시각, 그리고 이러한 시각을 형성토록 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이해 부족, 또 각 개인의 편향적 시각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회법에 대한 이해 부족은 어떤 의미에서 공의회의 교회론에 대한 이해 부족과 직결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교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교회는 하느님께 부름을 받고 불려 회심한 신자들의 집회인 점에서 사회적 성격을 갖고 있고, 사회적 측면을 지닌 그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신자들과 또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맡긴 사명을 그분의 뜻대로 실천하고자 설정된 기구들에 대한 규율이 필요한 것이다. 교회법에 대한 교회론적 이해 교회는 “신앙과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 그리스도의 지체, 성령의 성전이 된 사람들의 집회로서, 하느님께서 세상의 모든 극변에 이르기까지 부르시고 모으시는 백성을 가리킨다”(가톨릭교회 교리서 요약편, 147항). 교회는 신앙과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들, 곧 그리스도의 지체와 성령의 성전이 된 사람들의 집회로서, 하느님께서 그들을 부르셨으며 그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로 형성된 백성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백성은 자신들이 하느님과 무관하게 그냥 모여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형성한 일종의 단체가 아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거룩한 생활을 통하여 구원을 받도록 초대받은 이들 가운데 기꺼운 마음으로 그 초대에 응답하여 형성된 집회이다. 여기에서 교회의 사회적 측면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서로 아무런 연결도 없이 개별적으로 거룩하게 하시거나 구원하시려 하지 않으시고, 오직 사람들이 백성을 이루어 진리 안에서 당신을 알고 당신을 거룩히 섬기도록 하셨다.”(교회헌장, 9항)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유일한 중개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공동체인 당신의 거룩한 교회를 이 땅 위에 가시적인 구조로 세우시고 끊임없이 지탱하여 주시며, 교회를 통하여 모든 사람에게 진리와 은총을 널리 베푸신다”(교회헌장, 8항). 교회는 가시적 집단인 동시에 영적인 공동체이고 지상의 교회인 동시에 천상의 보화로 가득 찬 교회이기도 하다. 교회법은 바로 이러한 교회, 곧 교계제도로서 조직된 단체인 동시에 그리스도 신비체이며, 보이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공동체, 인간적이며 신적인 요소로 합성된 하나의 복합적 실체의 자연적 초자연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형성된 교회의 고유한 조직과 통치구조, 신자생활을 규율하고자 하느님과 교회가 제정한 법규범의 총체를 뜻한다. 곧 교회의 합법적 권위에 의하여 교회 공동체의 공동선을 위하여 제정된 신자들의 행위를 규율하는 규범인 것이다. 따라서 교회 안에 법은 하느님께서 맡기신 직무, 특히 거룩한 권한과 성사가 올바르게 집행되고,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상호 관계와 각 개인의 권리가 안전하게 보장되고, 사랑에 입각한 정의에 따라서 서로 잘 조화될 수 있도록 하며, 신자들 모두 거룩한 생활을 통하여 구원에 이르도록 하는 데 필요한 공동체적 노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로마 가톨릭 교회법의 공식 언어는 라틴어이다. 비록 여러 나라 현대어로 번역하여 현재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석은 라틴어 원본에 따라 하고 그 고유한 의미를 발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가톨릭교회의 일치, 친교로서 이해되는 교회의 친교 차원에서 봉사하도록 제정된 교회법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곧 교회법은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도구인 것이다.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의 활동 한국 교회는 교회법전이 나온 지 한 달 만인 1983년 2월 25일에 정진석 추기경(그 당시 주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교회법전번역위원회를 구성하여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1984년 11월 26일 주교회의에 교회법위원회 설립 인준을 요청하였다. 그리하여 1985년 5월 28일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교회법위원회를 공적으로 주교회의에 위원회로서 인준하였다. 이후 교회법위원회는 한국 교회 사목지침서 항목 정리, 본당 사목협의회 회칙 시안 마련, 한국 천주교 군종단 정관 수정, 교회법원 설립에 관한 요청, 교구 근무 수도자에 관한 규정 시안 검토, 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 시안 작성 공표, 주교회의 규약, 군종단 정관, 교구 사제평의회 준칙,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 정관, 성체 분배자에 대한 규정, 교회법 보완규정 작성 등의 활동을 하여왔다. 무엇보다도 역사적인 활동은 1989년 11월 10일 한국어판 교회법전을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Una cum Capite Suo’라는 교회법위원회 정기간행물을 발간하여 로마 공소법원의 판례들이나 교황님의 말씀들을 교회법 관련자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 한영만 스테파노 - 서울대교구 신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관리국장이며,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08년 2월호, 한영만 스테파노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관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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