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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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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부 교회의 일곱 성사 제 3 장 친교에 봉사하는 성사 제7절 혼인성사(婚姻聖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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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안에서 맺는 혼인

1612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 이스라엘과 맺으신 혼인 계약은 새롭고 영원계약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 새로운 계약에서는,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시어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으심으로써, 어떤 의미에서 당신이 구원하신 온 인류를 당신 자신과 결합시키셨으며,(116) 이로써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117) 준비하셨다.
1613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혼인 잔치에서 ─ 당신 어머니의 청을 들어 ─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신다.(118) 교회예수님께서 카나의 혼인 잔치에 참석하신 일을 매우 중시한다. 교회는 이를 혼인의 선익에 대한 확인으로 여기며, 그때부터 혼인이 그리스도 현존의 유효한 표징이 될 것이라는 예고로 본다.
1614 예수님께서는 전도하시는 동안 창조주께서 처음부터 원하신 부부 결합의 본래 의미를 분명하게 가르치셨다. 모세가 아내를 버려도 된다고 허락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 굳을 대로 굳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보한 것이었다.(119) 부부의 혼인 유대는 해소될 수 없다. 이는 하느님께서 친히 맺어 주신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
1615 혼인 유대의 불가 해소성에 대한 이 분명한 강조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할 수도, 또 실현할 수 없는 요구로 보일 수도 있었다.(120) 그러나 예수님께서 부부들에게 모세의 율법보다 더 무겁고 감당하기에 벅찬 짐을 지우신 것은 아니었다.(121) 죄로 어지러워진 원래의 창조 질서를 회복시키려고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나라’라고 하는 새로운 차원에서 혼인 생활을 하도록 친히 힘과 은총을 주신다. 그리스도를 따르고, 자신을 끊어 버리며, 자신의 십자가를 짐으로써(122) 부부들은 그리스도의 도움으로 혼인의 본래 의미를 “파악하고”,(123) 이를 생활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교 혼인의 이러한 은총은 모든 그리스도인 생활의 원천인 십자가의 열매이다.
1616 이에 대하여 바오로 사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남편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교회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신 것은 교회를 말씀과 더불어 물로 씻어 깨끗하게 하셔서 거룩하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에페 5,25-26). 그리고 다시 이렇게 덧붙인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됩니다.’ 이는 큰 신비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리스도교회를 두고 이 말을 합니다”(에페 5,31-32).
1617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에는 부부애의 표상인 그리스도교회사랑이 깃들어 있다.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세례가 이미 혼인 신비이다. 말하자면 세례는 성찬이라는 혼인 잔치의 음식을 먹기 전에 행하는 혼인을 위한 목욕인(124) 셈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혼인은 그리스도교회가 맺는 계약의 효과적인 표징 곧 성사가 된다. 혼인은 그리스도교회의 결합에서 흘러나오는 은총을 뜻하고 또 그 은총을 나누어 주기 때문에, 세례 받은 사람들의 혼인은 신약의 참성사가 된다.(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