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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구 시노드의 의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08 조회수3,321 추천수0

교구 시노드의 의의

 

 

시노드(synod)의 의미가 곧 ‘함께 하는 여정’이라고 이해한다면, 이 땅에 사는 하느님 백성들이 함께 모여 시대의 징표를 읽고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하는 교회상을 우리의 환경과 문화 안에서 일구어가는 것이 시노드일 것입니다. 따라서 시노드의 중요한 의의는 어떠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시노드의 전 과정을 통하여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교회를 새롭게 체험하고 이해하는 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시노드와 관련하여 최근 한국교회를 살펴보면, 부산교구에서 가장 먼저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였는데, 1982년부터 1984년에 걸쳐 네 차례의 총회와 65회의 분과회의를 거쳐 10개의 의안을 작성하였습니다. 그 이후 수원교구에서는 1989년 7월 17일에 시노드 개막 미사와 아울러 1차 총회를 개최하였고, 대구대교구에서는 1997년 11월 30일에 교구 시노드 개회 미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노드를 열었으며, 곧이어 1999년 6월 6일에는 인천교구에서도 시노드 개막 총회를 거행하였습니다.

 

서울대교구에서도 2000년에 시작한 시노드를 최근 2003년에 마쳤는데, 저도 4년에 걸친 시노드에 함께 참여하고 열띠게 토론하면서 하느님 백성의 교회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교회관처럼 우리는 교회가 친교의 공동체임을 깨닫게 되었고,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한자리에 모여 교회와 사회를 위해 하느님 뜻을 찾고 지혜를 모으는 그야말로 ‘함께하는 교회, 참여하는 교회’의 모습을 구현했습니다. 초기 준비모임의 의제 선정에서부터 최종 건의안이 만들어지기까지 하느님 백성 모두가 시노드의 긴 여정을 엮어냈습니다. 이처럼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 스스로가 교회를 배우는 교육장이었고, 시대의 징표를 읽고 성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도의 시간이었습니다.

 

 

교구 시노드의 필요성

 

교구 시노드에는 크게 보아 네 단계의 과정이 있습니다. 첫째는 전 준비 단계로서, 이 단계에서는 시노드의 목적과 의미를 알리고 기초자료를 준비합니다. 두 번째는 준비 단계로서, 의제를 선정하고 의안을 작성하는 단계입니다. 세 번째는 본회의 단계로서 건의안을 작성하고 최종 문헌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시노드 실천을 위한 후속 단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면서 시노드를 진행하다 보면 교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나고, 따라서 변화되고 쇄신되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 백성의 원의가 무엇인지, 이를 복음정신에 맞게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하느님의 백성인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의 정체성을 현대사회에 비추어 다시 조명하고, 교회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교회상을 실현하고자 다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을 포착하게 될 것입니다. 

 

서울대교구에서 시노드 폐막과 함께 반포한 교구장 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히브 7,19)는 시노드를 통해 봇물처럼 터진 하느님 백성의 원의와 기도를 담아낸 서울대교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침서를 바탕으로 서울대교구는 자신과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실천해야 할 구체적 과제들을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하고 이루어온 시노드가 일회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그 힘을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후속 단계가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의 현재를 잘 바라보는 작업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좀 더 희망으로 이끌 수 있기에, 교구 시노드를 잘 준비하고 진행하며, 마친 다음에는 후속 단계를 찬찬히 밟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현대교회의 과제

 

현대교회는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사목구조로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신도가 복음화 사명의 주체이며 사목의 협력자로서 교회 운영은 물론 선교와 신앙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도 합당하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복음을 교회 안에만 모셔놓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과감하게 드러내고자 문화, 환경, 생명, 사회정의, 사회복지, 민족화해 등 여러 분야에서 교회 구성원의 실천적 자세와 다양한 실천 방안을 이끌어내야 하며, 특히 교회가 지역사회에 ‘열린 공동체’의 모습으로 새롭게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려면 교육과 양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성직자와 수도자는 물론이고 청소년과 여성,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역할과 위상을 존중하고 교회 내외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보람 있게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교회와 사회 안에서 소외되기 쉬운 계층에 대한 사목적 배려야말로 현대사회에서 교회정신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교구 시노드의 의의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구 시노드의 의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하느님 백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고 ‘함께하는 교회’, ‘참여하는 교회’의 모습을 경험하였습니다. 하느님 백성은 교회의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자각하게 되었고 일치와 친교를 경험하였습니다. 

 

둘째,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깊이 성찰하고 또한 자신들의 사명을 재확인하였습니다. 하느님 백성은 교회 안에 주어진 자신들의 직무를 되짚어보면서 이미 시노드 과정에서부터 정체성과 사명에 대한 자기 쇄신과 변화를 추구하였습니다.

 

셋째, 교구가 직면한 사목 현실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교회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쇄신의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시노드를 통하여 사목의 모든 분야에서의 현실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교회가 가야 할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사목의 방향을 도출해 냈습니다. 시노드를 통해 얻은 이러한 사목적 비전은 계속해서 교회 변화와 쇄신의 귀중한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넷째, 교회 구성원 모두가 우리 교회를 이끄시는 성령의 도우심을 체험했습니다. 4년여의 긴 시노드 과정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교구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가능했던 것은 주님과 성령의 도우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구 시노드의 외적 여정에는 끝이 있지만, 시노드가 남긴 이러한 정신은 우리 교회를 이끌어가시는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변화와 쇄신의 내적 여정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교구 시노드의 중요성과 의의는 10년 뒤 또는 20년 뒤에, 달라진 우리 교회의 모습에서 그 응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이사 55,9-11).

 

[사목, 2005년 11월호, 염수정(서울대교구 보좌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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